디즈니발(發) 3차원(D) 입체 바람이 불어 온다.
1994년 개봉한 라이온킹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풍광을 표현해 인기를 끌었다. 17년만에 라이온킹이 3D 형식을 입혀 돌아왔다. 반향은 어마어마했다. 미국에서만 9259만달러, 전 세계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어지럽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아프리카 초원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게 가장 큰 성공요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2월 28일 개봉될 예정이다.
라이온킹 3D를 맛보기로 감상해봤다.
어미 기린과 새끼 기린이 언덕 위에서 초원을 굽어본다. 지평선이 저 멀리 아득하다. 분명히 화면 속을 보고 있는데 초원은 저 멀리까지 물러나 있다. 거대한 코끼리가 멀리서 다가온다. 칠면조들이 내가 있는 곳까지 헐레벌떡 도망 나온다. 광활한 대지를 찍은 사진을 볼 때 느꼈던 답답한 심정이 조금은 해소된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입체감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라이온킹에 입체감을 불어넣어 준 사람, 로버트 뉴먼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스튜디오 스테레오그래픽 감독의 설명은 이랬다.
“신기술이 영화업계에 도입될 때 지나치게 기술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기술을 스토리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게 더 필요하다”며 “3D도 음악·색감처럼 이야기 구조를 강조하는 수단으로 써야 한다”
3D를 기술적으로 잘 구현하더라도 관객이 보기에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스토리를 읽어나가는 데 방해가 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
그는 “사람이 보기에 편하면서도 입체감을 충분히 줄 수 있는 한계(limit)값을 활용하는 게 노하우”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3D를 구현할 때 이용되는 건 눈의 시차(parallax)인데 시차에 따라 눈 앞 어디에 상이 맺히는지 정해진다. 2D 화면을 볼 때는 시차가 ‘0’이어서 눈의 망막에 상이 맺힌다. 시차를 높이면 상이 사람 눈과 멀어져서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원리다.
그는 3D를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공개하고 있다. 미국 픽사에도 이미 디즈니의 3D 제작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국제 3D소사이어티(I3DS)에서 활동하면서 24일부터 일주일가량 한국·일본·중국을 돌면서 제작 기법을 설명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스크린의 화면 귀퉁이를 분할해서 화면이 각각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방법, 캐릭터에 입체감을 주기 위해서 X축과 Y축을 이용하는 방법, 멀티리그샷(multi-rig shot)이라는 카메라 기법을 이용하는 것 등 실제로 사용했던 노하우를 직접 설명하고 질문에 응답했다.
라이온킹 2D 애니메이션을 3D로 변환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4개월이다. 약 65명의 디즈니 인력이 하루 6시간 이상씩 작업에만 매달린 결과다. 아예 3D로 제작한 라푼젤은 18개월이 걸렸다. 뉴먼 감독은 이외의 시간에는 다른 3D 작품을 보면서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입체감을 주면 좋을지 연구를 한다고 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