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 필요없는 차세대 TV 인터페이스 시대
지난 1966년. 동그란 손잡이를 돌리면 ‘탁탁탁’ 소리를 내며 채널을 바꿔주던 흑백TV를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다. 1961년 TV 방송이 시작된 뒤 선보인 첫 흑백TV는 19인치 크기로 당시 가격은 무려 쌀 27가마에 달하는 6만원대였다.
45년 뒤인 2011년 현재 30인치를 넘어 40인치대 TV가 시장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제 20인치대 제품은 TV라기보다는 ‘TV 겸용 모니터’로 불린다. TV 자체 성능·크기·화질은 물론이고 TV로 전송되는 방송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TV 산업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세계 TV 산업은 ‘차세대 TV’로 불리는 스마트TV 대중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방송국에서 일방적으로 전송하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해 TV 시청 중에도 검색·SNS·쇼핑 등의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여전히 TV는 하루 일과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바보상자’ 역할을 하지만 스마트TV가 주는 가치는 네트워크 연결성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 덕에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할 전망이다. 스마트TV가 기존 TV 시장 세대교체를 견인할 ‘차세대 TV’라는 점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스마트TV로 콘텐츠 소비 방식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짐에 따라 시청자가 쉽고 편하게 TV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입력방식과 기술이 변화하고 있다. 일반 TV는 채널과 음량 조절이 위주지만 스마트TV는 시청 중에 검색창을 띄워 텍스트를 입력하거나 웹 서핑을 하는 등 여러 기능을 즐길 수 있다.
TV 제조사들은 쉽고 편리하게 스마트TV를 조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과 사용 패턴을 연구하고 있다. PC와 달리 TV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빠르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버튼부터 모션 센서까지 ‘리모컨 속으로’=세계 TV 제조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리모트 컨트롤러(리모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TV보다 스마트TV 기능이 복잡해졌지만 여전히 쉽고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스마트TV 입력 디바이스는 스마트폰보다 한층 까다롭다. 스마트폰은 작은 터치스크린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새로운 디바이스에 빠르게 적응하는 젊은 층에 먼저 어필할 수 있다. 반면에 TV는 아무리 기능과 역할이 진화해도 온 가족이 둘러앉아 즐기는 가정 내 엔터테인먼트 중심 기기이므로 쉬운 사용이 필수다.
TV 제조사들은 스마트TV를 위한 다양한 인터페이스 기술을 시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시장에 선보인 다양한 스마트TV 입력 디바이스를 살펴보면 구글TV는 실패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니와 로지텍이 선보인 구글TV는 쿼티 자판을 채택해 일반 PC 키보드를 연상케 한다. 쿼티 자판은 텍스트 입력이 편리하지만 주된 TV 시청 층인 주부·노년층·어린이가 사용하기에는 어렵고 부담스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두 손으로 리모컨을 조작해야 하는 불편함은 소파에 축 늘어져 있거나 누워서 편하게 TV를 보는 형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파나소닉은 리모컨에 터치패드를 채택한 ‘이지터치(EZ Touch)’ 리모컨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리모컨을 작동시키면 화면에 리모컨이 나타나는데 화면을 보면서 손에 쥔 리모컨을 누르면 된다. 리모컨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불편함을 없앴고 멀티터치 기능을 지원해 원하는 화면을 확대하는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리모컨을 작동시키려면 기존에 보던 영상을 중단해야 하므로 조작 시간 동안 콘텐츠를 감상할 수 없다.
히타치는 TV에 동작인식 센서와 카메라를 장착해 리모컨을 없앴다. 키넥트 게임기에 적용된 동작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TV 앞에서 손을 움직이면 채널 변경 등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단 카메라가 동작을 인식하는 공간이 한정된데다 세밀한 제어기술 없이는 오작동을 피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LG전자는 자이로센서를 탑재해 리모컨 움직임을 세밀하게 감지하는 ‘매직 모션 리모컨’을 상용화했다.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이고 클릭하는 것처럼 리모컨으로 TV화면 내 포인터를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다. 일반 리모컨보다 버튼을 최소화해 직관적인 사용 환경을 제공한다.
◇‘음성인식 TV’ 시대 온다=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애플TV에는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최근 출시한 아이폰4S에서 지능형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를 선보였는데 이 기술을 TV에 적용하면 리모컨 없는 TV 시대를 실현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음성인식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TRI가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국내 스마트TV 제조사도 관련 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음성인식과 동작인식 기능은 정밀한 센싱 기술이 요구되고 있어 당장 상용화 제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건년 전자부품연구원 융합센서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현재 수준의 음성인식과 동작인식 기술로는 오작동이 잦을 수 있어 상용화하기 힘들다”며 “당분간은 리모컨을 중심으로 스마트TV를 쉽고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