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ㆍ도촬 가능…다른 해커 PC 털기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남의 컴퓨터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만들어 퍼뜨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조선족 해커 정모(34)씨와 신모(34)씨를 18일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불법 프로그램을 구입한 이모(35)씨 등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조선족 해커인 정씨는 인터넷에서 만난 신씨와 함께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도청과 도촬 등의 기능이 있는 일명 `돋보기 프로그램` 5가지를 개발하거나 입수해 국내에 있는 컴퓨터 1만6천여대를 감염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이 퍼뜨린 해킹 프로그램은 컴퓨터의 마이크와 캠코더를 통해 도청과 도촬이 가능하고 키보드에 입력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남의 PC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놓은 음란물을 클릭하면 감염되게 하는 수법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퍼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 등은 자신들이 뿌려놓은 돋보기 프로그램에 다른 해커의 컴퓨터가 감염되자 이 해커가 갖고 있던 국내 대부업체 등 홈페이지 750여곳의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수집하기도 했다.
이들은 돋보기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국내에서 사용하는 백신프로그램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거나 치료되더라도 곧바로 재생돼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등 백신프로그램의 취약점을 노렸다.
이들에게 돋보기 프로그램을 구입한 이씨 등은 PC방을 위장한 `작업장`을 차려놓고 온라인게임 이용자의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상대의 패를 읽어 사이버머니를 긁어모으려다가 적발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정씨 등과 공모한 해커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확인작업을 벌이는 한편 이들이 해킹으로 얻은 정보를 또다른 범죄에 이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도청과 도촬이 가능한 해킹 프로그램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확인된 것 외에 얼마나 많은 컴퓨터가 돋보기 프로그램에 감염됐는지 파악되지 않는다"며 "심각한 사생활 침해는 물론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