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브라질 백색가전 시장 공략에 불을 댕긴다. LG가 브라질에 백색가전 생산공장 신축에 나선 데 이어 삼성도 공장 설립을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신흥 중남미 시장 선점을 위한 양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과 LG는 브라질에 다양한 생활가전 제품을 공급해왔으나 타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입하는 형태였다. 브라질 현지 공장을 가동하면 관세와 물류비를 대폭 절감하게 돼 충분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된다.
◇TV·휴대폰 이어 가전도 ‘정조준’=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시장으로 미국에 이어 아메리카 대륙에서 두 번째로 크다.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 개최가 예정돼 폭발적 성장이 기대된다.
중남미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탁기와 냉장고 같은 중대형 생활가전의 현지 생산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공장 설립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인근 국가에서 생산한 덩치 큰 세탁기와 냉장고를 수입·유통해야 하다 보니 물류비와 관세 때문에 현지에서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기 힘들었다.
세계 가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도 이유다. 백색가전은 새로운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회수기간이 타 산업보다 길고 영업이익률도 낮다. 하지만 일단 생산을 시작하면 안정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제품 생산이 곧 시장 점유율로 이어진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삼성과 LG는 이미 브라질에서 TV·휴대폰을 비롯해 모니터·오디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지에서 구축한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생활가전에서도 선두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럽 굴지 가전사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가격 경쟁력 확보도 필수다.
◇내년 초 LG전자 신공장 가동 돌입=중대형 생활가전의 브라질 현지 생산 시대는 LG전자가 먼저 열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브라질 파울리니아에 약 3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5만㎡ 규모 공장 설립을 결정했다. 신규 공장은 내년 초 정식 가동한다.
파울리니아 공장은 LG전자가 브라질에 세운 세 번째 가전 생산설비이자 첫 중대형 생활가전 라인이다. LG전자는 지난 1995년 마나우스 공장을 설립하고 TV·오디오·전자레인지·에어컨을 생산해 왔다. 브라질 타우바테 공장에서는 휴대폰·모니터·노트북을 생산하고 있다. 세탁기와 냉장고를 중점 생산하는 현지 공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초 파울리니아 공장 설립을 완료하면 가전품목 대부분을 브라질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 완공을 목표로 브라질 상파울루 리메이라에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약 3억달러며 현재 부지 매입을 마치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지만 공장 신축은 그대로 진행할 전망이다. 이미 LG전자가 브라질 현지 생산에 먼저 뛰어들었고 북미와 유럽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신흥국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어 투자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