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스터디]보광훼미리마트 차세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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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사람만 점포에 있어도 발주부터 계산까지 한 자리에서 할 수 있고 누구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보광훼미리마트가 전 점포를 대상으로 2008년 시작한 차세대 프로젝트 골자다. ‘어서오세요’ ‘적립카드 있으세요?’ 등 스태프가 해야 할 업무 용어를 화면에 표시해주면서 큰 글씨를 보고 따라만 해도 업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중앙 집중식’으로 바뀌면서 재택 편의점 운영부터 모바일 업무까지 가능해진 훼미리마트의 정보화 혁신은 차세대 이전과 그 이후로 확연히 나뉜다.

 ◇편의점 정보화 선진국 ‘일본’이 감탄하다=“어떻게 이렇게 했습니까.” 지난해 상반기 보광훼미리마트를 방문한 일본 훼미리마트 정보시스템본부장은 갸우뚱하며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답하는 보광훼미리마트 직원들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질문을 일본 엔지니어들에게 던지며 겨우 화면만 보여주는 그들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했던 한국 직원들이었다.

 상황을 뒤바꾼 것은 바로 차세대 프로젝트다. 일본 훼미리마트 직원들이 놀란 것은 보광훼미리마트가 ‘중앙 집중식’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남기형 보광훼미리마트 정보시스템본부 POS개발팀장은 “여러 단계에 걸쳐 고민했지만 ‘중앙 집중식’으로 하는 것이 점주와 스태프의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해 추진을 최종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중앙집중식이란 점포에서 입력하는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중앙 서버에 모이도록 ‘웹’ 방식으로 전환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존에는 각 점포마다 서버가 있었다. 각 점포 매출 등 거래 데이터도 점주가 따로 관리했다. 일정 시간마다 중앙으로 데이터가 모였지만 실시간으로 따지면 본사와 매장이 서로 다른 데이터로 업무를 해야 했던 것이다. 점포 관리 업무도 편의점 내 사무실에 들어가야 가능했다. 발주가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고 통신이 두절되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회사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매장에서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중앙 서버에 전송 및 통합되도록 했다. 차세대 프로젝트 당시 4000여 점포의 웹 환경 전환을 위한 통신 및 네트워크 기술을 대거 접목시켰다. 지난해 5000 점포를 돌파한 이후 올해 6000점포를 넘어서는 등 매장수를 급격히 늘려가고 있는 훼미리마트에게 차세대 프로젝트는 놀라운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남 팀장은 “전국 행사를 하면 실시간으로 현황 집계를 해서 안 팔리는 점포 물건을 잘나가는 점포에 놓아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으로 같은 데이터를 본사와 각 점포가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이젠 실시간 매출 집계는 물론 24시가 되면 마감된 매출이 자동 관리된다. 배치방식으로 점포마다 시스템을 따로 운영했을 때는 시간 소모가 큰일이었다. 익일 낮 12시 경에 데이터를 갖고 와 판매 분석 등 가공 작업을 했고 매출 집계 자료는 새벽에 모아 아침 8~9시가 되서야 마감 데이터를 볼 수 있었다. 남 팀장은 “차세대 프로젝트 이후 점주들이 가장 기뻐한 것은 드디어 ‘주말’이 생겼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위해상품은 30분 안에 차단···재택·모바일 업무까지=차세대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 개발이 완료된 2009년부터 훼미리마트의 혁신은 가속도가 붙었다.

 소비자가 사면 안 되는 위해 상품의 신속한 판매 차단에 특효였다.

 즉시 파악된 위해상품에 대한 판매 정지와 함께 공지 시스템으로 6000여개 점포가 공유해 30분 안에 전국 점포에서 판매 차단이 가능해졌다. 과거엔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하거나 해결하는 동안 제품이 유통되는 일도 있었다. 상품을 인지하고 대응하려면 회계 마감 시간을 지나야 했다. 지금은 2시간이면 위해 상품 인지 후 전 제품 회수까지 마칠 수 있게 됐다.

 올 3월 개발한 재택 업무 시스템도 중앙화된 시스템 덕에 가능해진 것이다. 남 팀장은 “실시간 재고 데이터에 대한 정확한 확인으로 언제 어디서도 발주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지난 5월엔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로 발주 등을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편의점관리 시스템도 오픈했다. i-OS와 안드로이드OS 등 어떤 기기로도 인터넷만 되면 편의점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재택업무 시스템을 동시에 사용하는 접속자 수가 300명을 넘어섰으며 모바일 업무 시스템을 사용하는 점주들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남 팀장은 “모바일 업무가 가능해지면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안심하고 자리를 비우거나 휴가도 떠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내달부터는 시스템이 적정 재고량을 계산해 발주량을 권유해주는 ‘권장발주’ 시스템도 오픈한다. 약 9개월 간 개발과 시범 운영을 거듭하면서 권장하는 재고량의 정확도와 시스템 완성도를 높여왔다. 비오는 날 등 각종 날씨 변수들을 반영할 수 있는 과학적 시스템으로 진화시킬 예정이다.

 ◇‘현장 경영’ 강화···‘소통’ 중점 둔 개방적 IT 환경=차세대 프로젝트의 효과는 현장에서 먼저 체감했다. 시스템 장애 접수가 기존 일 400건에서 120건으로 줄어들었다. POS가 자동으로 장애를 감지해 알려주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점포 현장에서 IT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하드웨어 혹은 소프트웨어 장애인지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남 팀장은 “통신 장애가 나면 빨갛게 불이 들어와 점주가 관제할 수 있고 통신 장애 버튼을 누르면 무엇이 문제인지 중앙에서 다 체크해준다”고 설명했다. 중앙에서 점포의 라우터, 통신사 KT 모뎀, 전화국 본부 라우터, 신용카드 서비스까지 정상 가동되고 있는지 점검이 가능하다. 바로 이 같은 ‘선(先)조치’ 체제가 가능해지면서 점포 시스템의 장애 접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차세대 POS 시스템의 IT적 핵심은 ‘개방적 환경’이다. 프로그램은 하나이지만 어떤 단말기에도 구현이 가능하다. 큰 화면부터 태블릿 형태, 또 휴대형 단말기에도 판매 업무를 탑재할 수 있게 됐다. 같은 프로그램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만 바뀌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공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차세대 프로젝트 이후 실시간 데이터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레 점주와 스태프, 관리 직원들간 커뮤니케이션이 크게 개선됐다. 행사 관련 정보 등 매출에 도움이 되는 정보 소통 및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 됐다.

 보광훼미리마트의 경영 기조인 ‘현장 경영’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했단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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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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