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펀]원조 박스카 큐브, 한 수 제대로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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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스카’라는 화두를 들고 나온 닛산 큐브. 덕분에 기아 쏘울이나 기아에서 출시 예정인 박스형 경차가 자연스레 함께 입에 오르게 됐다. 기아와의 차별화 전략을 묻자, 큐브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닛산 디자이너 구와하라 히로타다 씨는 망설임 없이 이런 답을 내놨다. “쏘울은 잘 만들어진 운송수단, 도구의 느낌이 강한 반면에 큐브는 그에 못지않은 실용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용자로 하여금 애착까지 갖게 하는 생물 느낌의 디자인”이라고. ‘선글라스 쓴 불독’으로 표현되는 얼굴 부분처럼 일종의 애완동물과 같은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했다는 얘기다.

 사실 1998년에 등장한 1세대 큐브만 해도, 지붕을 껑충하게 높여 거주성, 실용성을 좋게 한 건조한 분위기의 소형차 중 하나에 불과했다. 큐브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순전히 2세대 큐브(2002년 출시)의 디자인을 맡은 구와하라 씨의 진지하면서도 기발한 차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의 엉뚱한 디자인을 실제 제품화할 수 있도록 승인해준 닛산 내부의 결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2세대 큐브는 머그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비대칭 박스’ 형상이 포인트로, 그 자체가 귀여운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출시된 3세대 모델은 그 박스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닳고 닳아 모서리가 부드러워졌다는 개념을 갖고 있다.

 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강가의 조약돌, 중력에 의해 모양이 잡히는 두부, 그리고 숙성된 김치와도 같다는 표현을 썼다. 뒷 범퍼는 모 연예인의 섹시한 둔부와 ‘꿀벅지’가 연상되도록 일부러 도드라지게 조형했다고 한다. 범퍼가 커진 것 자체는 수출 시장의 안전 법규 때문이다. 일본 내수시장 전용 모델이었던 구형과 달리 3세대는 해외시장까지 염두에 뒀다. 덕분에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버전도 생겼다. 운전석 위치에 따라 차체 뒷부분의 비대칭 형상도 반대가 된다. 만드는 쪽에서는 돈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지만, 큐브의 특징 중 하나인 만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트렁크 도어는 위가 아니라 왼쪽으로 열리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편리하다. 언뜻 좁아 보이지만 뒷좌석을 앞으로 밀거나 접는 것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일종의 마술 같은 적재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꼼수를 발휘하면 뒷좌석을 접지 않고도 골프백을 네 개까지 세워서 실을 수 있다고 한다. 천장이 워낙 높기 때문에 동반석 바닥에 골프백을 똑바로 세울 수 있을 정도다. 지붕이 높아도 바닥이 낮지 않으면 이렇게 할 수 없다. 뒷좌석은 눕힐 수 있어 여느 소형차에서 기대할 수 없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구형보다 늘어난 축거를 바탕으로 한 실내공간은 충분히 여유롭다. 지붕이 높은 데서 오는 공간감이 차급 이상이다. 가방걸이와 다양한 컵홀더, 팔걸이의 고무 밴드 등 깜찍하면서도 실용적인 요소들이 즐겁다. 다만, 천장의 물결무늬보다는 해외사양에 마련된 대형 선루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2000만원 초반대라는 놀라운 가격을 위해 어쩔 수 없었으리라. 실내 재질도 저렴하고 단단해 보이는 플라스틱 일색이다. 막대기 같은 느낌의 변속레버는 요즘 차 같지 않은 느낌마저 준다. 그래도 달리기 실력은 나쁘지 않다. 해외시장을 겨냥해 배기량을 1.8리터로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CVT변속기도 잘 어울린다. 껑충하지만 급하게 운전해도 불안한 감은 예상보다 적다. 조용한 차는 아니지만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다. 큐브는 ‘천천히 움직일 때도 즐거운 차’를 목표로 했고, 그 목표에 잘 도달한 듯 보인다.

 RPM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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