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박수열 씨(26)는 지난 학기 네 개 ‘팀플’을 했다. 팀플이란 팀 프로젝트를 줄인 신조어다. 같은 수업을 듣는 4~5명이 한 팀을 이뤄 공동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2000년대부터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학생당 팀플 한두 개는 기본이 됐다. 수업에서 공동과제 수행을 장려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박 씨는 비교적 다른 팀원보다 학번이 높은 탓에 팀장을 맡았다. 문제는 팀원 모두를 한곳에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점. 다들 아르바이트, 학원 수강 등으로 바쁘다 보니 시간을 정해도 한두 명은 빠지기 일쑤였다. 대안으로 메신저를 이용한 회의를 해봤지만 산발적으로 의견을 내놓는 통에 토론이 잘되지 않았다. 자료 수집과 의견 청취를 목적으로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는 토의를 진행하기에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박 씨는 “팀플은 대학 수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제대로 의견을 교환하고 과제를 수행할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팀플러(대표 신재현)의 서비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팀플러 구성원은 대부분 대학생. 이들 역시 수업을 들으며 박 씨와 같은 어려움을 느낀 터였다. 대학생들이 팀플을 하면서 느끼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자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신 대표와 동료들은 기존 팀플 서비스를 경쟁 모델로 보고 분석에 들어갔다. 이들 서비스는 대부분 기업 내 의사결정 구조에 맞춰져 있어 학생들이 사용하기에는 다소 번거로운 점이 문제라고 봤다. 다음·네이버 카페나 싸이월드 클럽 등은 토론이나 회의를 진행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팀플러 서비스는 이 같은 분석을 기반으로 △할 일 상자 △토론장 △파일방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업무 공유, 파일 공유, 소통이라는 팀플에 필요한 삼박자를 모두 갖춘 서비스라면 충분히 대학생 사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사업 아이템을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에서 엔젤투자자 그룹인 프라이머 도움도 받았다. 특히 서비스가 확실한 차별화 요소를 갖추고, 수익모델을 고려하기까지 프라이머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팀플러는 지난 7월부터 몇몇 대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홈페이지(www.teampler.com)를 구축, 베타서비스에 들어갔다. 올 하반기까지 300명 이상의 시범사용자를 확보해 서비스를 검증받고,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신재현 대표는 “우리 목표는 큰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학교 앞 카페 같은 곳에 갔을 때 학생들이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공동창업자인 최호진 씨와 박상진 씨도 “당장은 큰 성과를 내기 어렵겠지만 ‘팀플러’가 학생 사이에서 일반명사처럼 쓰일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자신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