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상황에 따라 여러 의미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다.
‘그리스 신화’는 성장과정에서 누구나 한 번 쯤 접해보게 된다. 인간이 아닌 신의 세계를 그린 ‘서사’라는 점에서 세계인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림푸스산 12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흥미로움 그 자체다. 신들의 왕 제우스를 비롯해 아프로디테, 아폴론, 아테나 등은 비록 신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복잡한 인간 내면 심리를 그대로 반영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그리스 신화가 단순한 이야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위대한 문학적 유산이라는 점이다. 고대 미술사와 건축사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다. 그리스를 대표하는 유명 신전에는 하나같이 신의 이름이 붙어 있다. 헤라 신전, 아르테미스 신전, 아테나 신전 등이 대표적이다. 수 천년이 흐른 지금도 당시 유적은 끊임없이 인류와 교감을 갖고 호흡하고 있다.
신화는 절대적이고 획기적인 업적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도 자주 사용된다.
지난 5일 타계한 스티브 잡스는 현대 문명사회에서 IT 업계의 신화를 일궈낸 천재다. 혁신과 창의성의 아이티콘으로 불린 그는 꿈꾸던 상상을 현실로 만든 주역이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세상은 탄성을 질렀다. 비록 손 안에 쥐어질 정도의 작은 휴대폰에 불과했지만, 컴퓨터 그 이상이었다. 기존 이동통신 시장 생태계도 완전히 뒤흔들었다. 공급자 위주의 생태계를 과감히 허물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얼굴을 몰라도, 굳이 만나지 않아도 세계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잡스가 새롭게 창조한 생태계에서 빛을 발했다.
세계는 제2의 잡스 찾기에 나섰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크버그,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알리바바 CEO 잭 마 등이 새로운 신화를 이끌 주인공에 점쳐진다. ‘IT강국 코리아’. 이제 우리도 ‘대한민국표 잡스’가 나올 때가 됐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