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자본시장의 세 번째 의심을 받았다. 원인은 새로 내놓은 스마트패드 ‘킨들 파이어’의 싼 가격이다. 시장은 아마존의 수익 악화를 우려했다. 아마존 주가는 킨들 파이어 발표 후 4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001년 거액의 인프라 투자나 2005년 정액제 콘텐츠 서비스 공개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두 차례 시장의 의심은 나중에 기우로 드러났다. 아마존이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결과는 미지수지만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이번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 전략은 ‘선 보급, 후 수익’이다. 싼 가격에 제품을 많이 팔고 부가사업인 콘텐츠 판매로 수익을 낸다는 청사진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정석이다.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 가격을 ‘아이패드2’ 가운데 가장 싼 모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인 199달러로 결정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킨들 파이어 원가를 209.63달러라고 추산했다. 아이서플라이 계산이 맞는다면 아마존은 마케팅 비용을 빼더라도 킨들 파이어를 팔 때마다 개당 10달러의 손해를 본다.
제프 베조스는 시장의 우려에 “우리는 단기적 이익이나 월스트리트의 반응보다 장기적인 시장 리더십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한다”라고 설명했다.
10년 전 닷컴 거품이 꺼지고 벤처 투자가 얼어붙었을 때 아마존은 물류 거점과 데이터센터에 거액을 투자, 5억70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 적자를 냈다. 시장은 무리한 투자라고 판단했고 주가는 10달러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지만 결국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업계 1위에 올랐다.
2005년 연 79달러에 영화 등 동영상 콘텐츠를 무제한 제공하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발표 때도 시장의 평가는 차가웠다. 시장은 그 가격에 정액제 서비스는 수익악화로 이어진다고 전망했지만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서점이자 비디오대여점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아마존의 전략은 성공적이다. 킨들 파이어 발표 후 1주일 만에 선주문이 25만대를 넘었다. 현재 추세와 연말 특수를 감안하면 올해 내에 250만대 판매는 충분해 보인다.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아이패드를 제외하면 단연 돋보이는 실적이다.
내달 15일 킨들 파이어는 시장에 나온다. 제프 베조스는 “1800만개의 콘텐츠와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갖춘 199달러의 멋진 상품이 킨들 파이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킨들 파이어가 아마존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지 시장은 아직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