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게임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게임업계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확률형 아이템은 부분유료화 수익모델 일부며 내용 심의 대상이 아니고, 온라인 게임 운영상 무작위(‘랜덤’) 확률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게임사들은 고스톱, 포커류 등 도박 모사 게임에서 이뤄지는 베팅이나 배당이 없기 때문에 확률에 기반을 둔 우연성만으로 ‘사행성’ 분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용자들은 청소년 대상 게임에서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도입은 사행심을 부추기며, 지나친 게임 몰입이나 지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내용수정신고제도’를 악용해 이벤트를 통해 단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임사들이 2008년 자체적으로 지정한 자율준수 규약을 지키지 않으며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입장에서도 민원사례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좌시하기만은 어렵다며,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자정노력을 촉구했다.
웹게임에서 확률형 게임 아이템의 과도한 구매로 손해를 본 한 이용자는 게임사가 반복적인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확률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용자는 “게임물등급위원회, 소비자고발센터, 사이버경찰청에까지 해당 게임사의 수사를 요청했지만 뚜렷한 규제 기준이 없다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게임사는 확률 조작은 없으며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게임사들은 온라인 게임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게임 내 경제 운영이며 무작위 확률로 적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특정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뽑기형’ 아이템 판매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은 농구, 야구 등 스포츠 게임이 대표적이라고 들었다. 일부 인기 캐릭터나 아이템을 상점에서 바로 구매가 가능한 캐시 아이템으로 내놨을 때 ‘게임 밸런스’에 영향이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우연성’이란 게임콘텐츠가 가진 기본적 속성인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게임 시장이 포화상황을 맞으면서 신규 이용자 유입이 어려워지고, 공격적인 마케팅 및 이벤트가 강화되면서 확률형 시스템이 인기를 모은 것도 이유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게임사 내부에서 게임 수명 연장이나 판매 촉진을 위해 자체적으로 게임 내 확률 조정이 이뤄지는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표시되거나 고시된 확률 조정이 불가피한 이유는 많은 이용자가 과도하게 특정 아이템을 구매할 경우에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게임 내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해당 아이템 획득 확률을 다소 낮추는 조정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래된 게임일수록 게임 내 통화인 게임머니나 무기 아아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 때문에 확률형 게임 시스템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게임머니를 태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여 전했다.
한편 게임업계는 2008년 자율준수 규약을 토대로 상설 모니터링 기구 설치 및 자율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를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제가 된 부분에서 면밀한 협의를 거치고 있으며 조만간 새로운 자율규제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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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