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IT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통신사업자와 IT서비스기업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서버나 데스크톱 가상화를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말한다.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은 일부 온라인 게임업체 등 소규모 기업만이 이용하는 정도다. 왜 국내 대형 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에 주저하는 것일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제공업체는 그 한계를 어떻게 넘어야 하는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는 어떠한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가. 클라우드 컴퓨팅이 효과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사항들이다.
국내 은행·보험·의료·서비스 등 산업별 대표 최고정보책임자(CIO)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공급자, 정부 정책자 등이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처럼 국내 대표적 CIO와 공급자가 클라우드 컴퓨팅 이슈를 놓고 현실적인 문제점 지적과 실질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논의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토론은 지난달 23일 지식정보산업연합회 IT이노베이션포럼이 주최하고 전자신문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후원하는 제1회 IT이노베이션 CIO포럼에서 이뤄졌다. 이날 포럼은 임춘성 연세대학교 교수 사회로 유석흥 KB국민은행 부행장, 김용태 푸르덴셜생명 부사장,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 김원희 대한항공 부장, 허철회 KT 상무, 신재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단장 등이 참석해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현 클라우드 컴퓨팅 수준으로는 대기업 IT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급사업자는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토론 내용이다.
◇사회(임춘성 연세대학교 교수)=클라우드 컴퓨팅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이해가 각기 다른 것 같다. 오늘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는 입장과 이를 공급하는 입장,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공급 현황은 어떠한가.
◇허철회 KT 상무=KT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시작하는 초기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워 했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서비스를 제공한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현재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은 중소기업과 소호 등이다. 피크타임 관리가 필요한 게임회사 등도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이사를 할 때 장롱을 들고 다녔지만, 지금은 붙박이로 돼 있어 더이상 장롱을 짊어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컴퓨팅 환경도 마찬가지다.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과거에 비해 기술적 진화를 하고 있다.
◇사회=클라우드 컴퓨팅이 과거에 비해 기술적 진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비즈니스 모델도 서서히 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떠한가.
◇김용태 푸르덴셜생명 부사장=비용절감을 위해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실제 일부는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 보험회사는 상당히 복잡하고 많은 상품들에 대한 계산을 해야 한다. 서버가 많이 필요하다. 이러한 서버를 자체적으로 구매하지 않고 빌려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나 고객 정보보호 등 이슈가 많아 도입하지는 못했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수준은 많이 부족하다. 국내 우수 사례가 없는 것도 한계다.
◇유석흥 KB국민은행 부행장=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은 단순히 비용절감만을 위해 논의되고 있는 듯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수요자가 구름 속에서 원하는 것을 마음 것 가져다 쓸 수 있도록 제공돼야 한다. 즉, 융·복합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버, 스토리지, 애플리케이션 등이 하나의 완성품으로 제공돼야 한다. 또 하나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함으로써 기업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자산을 버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과거 많은 노력을 통해 갖춰 놓은 자산을 놓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도 필요하다.
◇사회=공급자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은 수요자 입맛에 맞지 않는 것 같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다양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고 수요자들이 IT자산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인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일부 업무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용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 달라. 대한항공도 유사한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소개해 달라.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병원 역시 정보보안을 많이 신경 쓰는 곳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는 데 있어 이를 도입하면 환자가 뭘 좋아지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최종 수요자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사와 직원이 아닌, 환자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데 있어 항상 고민은 환자에게 무엇이 좋아지느냐 였다. 반드시 환자가 좋아진다는 답이 나올 때만 신기술을 도입한다. 이런 관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용했다. 과거 환자가 의료 영상사진을 보려면 아픈 몸을 이끌고 휠체어나 목발 등을 이용해 진료실에 와서 확인을 해야 했다. 그러나 데스크톱 가상화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축한 후 환자들은 병상에 누워 의료 영상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의사들이 직접 환자를 찾아가 스마트패드를 통해 사진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명확한 배경과 효과를 갖고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용했다.
◇김원희 대한항공 부장=항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특정기업에 대한 애플리케이션 종속 현상이 심하다. 이로 인해 일부 한정된 기업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신여객시스템에 아마데우스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하기로 하고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이 시스템은 대한항공 내 구축되지 않는다. 아마데우스 내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낸다.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로 이용하는 형태다. 글로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사회=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는 데 최종 고객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은 참 중요한 말이다. 결국 기업들은 도입 효과가 있으면 클라우드 컴퓨팅도 도입을 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공급자도 이에 대해 의견을 말해 달라.
◇신재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IT융합단장=지난 5월에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이 모여 클라우드 컴퓨팅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활성화되기 위해 법·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즉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으로 기간 시스템을 대체하더라도 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핵심 기술인 가상화와 분산처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있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공개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오는 2015년까지 정부 전산자원을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허철회=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는 데 있어 고려 사항은 ‘나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도입되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기업 내부 IT환경에 맞아야 한다. KT도 내부적으로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이나 빌링시스템에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가벼운 시스템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용하고 있다. 그 외에는 중장기적으로 마이그레이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작년 5월에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 독일 도이츠방크, 호주 커먼웰스뱅크 등이 공동으로 데이터센터 구축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다.
◇사회=클라우드 컴퓨팅이 국내에서 활성화 되려면 어떤 부분들이 이뤄져야 하는지.
◇유석흥=클라우드 컴퓨팅이 IT서비스 종착역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또 어떻게 환경이 바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분산과 집중화, 표준화와 개인화가 끊임없이 반복됐던 것처럼 다음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제공되고, 기업들도 도입을 해야 한다.
◇김용태=국내 클라우드 컴퓨팅은 태동 단계다. 금융회사가 아웃소싱을 실시하는 데 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웃소싱도 초기에 성능과 보안에 있어 많은 우려를 했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성능과 보안 부분에 있어 수요자를 만족시킨다면 시장은 충분히 존재한다.
◇황희=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에게 맡기면 된다. 그러나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은 규제·제도가 문제다. 활성화는 개인 기업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의료정보는 각종 규제를 받는다.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적용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이러한 부분을 해결해 나간다면 2~3년 내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도 국내에서 활성화 될 수 있다.
◇김원희=서비스형 인프라(IaaS)는 어느 정도 시장에서 확산되지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나 서비스형 플랫폼(PaaS)은 아직 제약 상태가 많다. 베스트 오브 브리드 방식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싶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으로는 제공되지 않는다. 기업 요구에 맞춰 서비스가 개발되면 궁극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은 확산될 것이다.
◇허철회=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수준 제고를 위해 SW 개발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SW 원천기술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와 기업이 노력해야 한다.
◇신재식=2015년까지 정부가 정책적인 목표를 갖고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는 법제도를, 행안부는 공공부문 도입을, 지경부는 표준화를 추진한다. 공개SW 기반의 SaaS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천천히 해나가야 한다. 세일즈포스닷컴이나 아마존도 10년동안 추진했다. 갈 수 있는데 부터 가야한다.
◇사회=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수요자와 공급자, 정부 정책자로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무엇보다 클라우드 컴퓨팅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최종 고객, 수요자, 공급자, 정부, 협력업체 등이 적절하게 융합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보다 구체적인 방법론과 정책들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 논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국가 경쟁력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리=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