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국내 IT업계도 바꿔

스티브 잡스는 국내 IT업계 생태계를 바꾼 주역 역할을 했다. 위기를 몰고 온 그였지만 그와 동시에 기회도 함께 가져다 줬다.

 세계 1위 MP3플레이어 기업이었던 아이리버를 끌어내려 국내 벤처 기업 순위를 바꿨다.

 2009년 아이폰 출시로 무선 인터넷이 활성화되는 전기도 마련했다. 통신사가 장악하고 있는 무선 인터넷 생태계는 아이폰 출시와 함께 급격히 변화했다. 통신사가 쳐 놓은 정원에 갇혀 있던 국내 콘텐츠 기업은 글로벌 콘텐츠 마켓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삼성전자의 변신을 유도한 주인공도 역시 스티브 잡스였다. ‘미스터 휴대폰’으로 불리던 이기태 전 부회장이 프리미엄폰 전략으로 삼성 휴대폰사업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이후 위기가 닥쳤다. 바로 저가폰 전략으로 전환하면서의 후유증이다.

 애플 프리미엄 스마트폰 열풍에 위기를 맞은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프리미엄폰 전략의 대명사인 삼성의 변화를 애플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추동한 것이다. 정부 역시 아이폰 역풍을 막아주면서 삼성이 스마트폰 개발에 나서 오늘날 애플과 대적할 수 있는 전력을 비축하기에 이른 것이다. 어찌 보면 삼성에게 최근의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겨준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티브 잡스가 주창한 스마트패드, 스마트TV 전략에서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도 스티브 잡스의 창조와 혁신 바람을 탄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독점의 산물인 ‘액티브X’도 퇴출 위기에 내몰렸다. 액티브X로 누더기가 된 한국 웹 환경은 세계 표준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공공기관 웹을 비롯해 은행 인터넷 뱅킹 시스템 등이 웹 표준 준수 바람을 타고 있다.

 여기에 앱스토어를 통한 개발자 상생 시스템은 제2의 창업 붐을 불러왔다. 많은 벤처기업이 생겨나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자신들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팔기 시작했다.

 아이폰, 아이튠스, 앱스토어로 이어지는 애플 생태계는 하드웨어 중심 한국 IT기업도 바꿨다. 수직계열화에 고착화됐던 국내 제조기업은 애플의 수평 생태계를 배우는데 집중했다. 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이 직접 나서 소프트웨어 강화를 주문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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