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스티브 잡스, 56년생에 560년 족적을

 56세에 생을 마감한 스티브 잡스. 영원한 개발자 잡스는 56년 삶에 560년 족적을 남기고 갔다. 그만큼 그가 끼친 영향력은 막대했다. 역사상 어떤 인물보다도 함축된 삶을 산 셈이다.

 개인사는 불행했다.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가난한 집에 입양됐고 대학교를 자퇴했으며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 오랜 시간 병마와 싸웠지만 결국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수백 년에 걸쳐 변화해 온 지구촌 역사를 IT로 단숨에 바꿔 놓았다. ‘창조적 파괴자’라는 별칭만큼이나 지구촌 생활양식을 뒤바꿔 놓은 것이다.

 ◇힘들었던 유년시절 =잡스는 1955년 2월 2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지 몇 주 만에 입양기관을 거쳐 폴과 클라라 잡스 부부에게 입양됐다. 잡스는 학창시절 내내 학교에 잘 가지 않는 사고뭉치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행히 양부모인 잡스 부부는 그를 사랑으로 감쌌다.

 잡스는 명문 리드대학에 입학했지만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다. 당시 친구집 방바닥에서 자고 먹을 것을 위해 콜라병을 반납해 5센트를 모았으며 힌두교 사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주는 식사를 얻어먹으려고 7마일을 걸어가기도 했다. 잡스는 사교적이지 못해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고 전해진다.

 ◇1976년부터 시작된 독선과 오만함, 그리고 완벽주의=1976년 리드 대학을 자퇴하고 집으로 돌아온 잡스는 컴퓨터 천재 워즈니악과 부모님 집 창고에서 애플 컴퓨터를 설립했다.

 애플은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1과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애플2 등을 내놓으며 승승장구했다. 1980년 애플은 상장됐고 업계 최초로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를 탑재한 컴퓨터 리사를 내놨지만 가격이 비싼 탓에 판매에 실패한다. 매킨토시도 잇따라 선보였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화살은 잡스에게 돌아갔다. 애플 내부에서는 잡스의 독선과 오만함을 문제로 삼았다.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해 직원을 못살게 군다는 소문도 자자했다. 결국 잡스는 1985년 연이은 실패와 경영권 분쟁 등으로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와신상담했다. 넥스트사를 설립하고 ‘과했던’ 성격과 기질을 조절하고자 노력했다. 그가 픽사를 인수한 뒤 기획한 3D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는 큰 성공을 거뒀다. 때마침 애플은 위기에 빠지고 있었다. 이렇다 할 혁신 제품을 보이지 못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95를 내놓자 시장 점유율이 급속도로 빠졌다.

 잡스에게 기회가 왔다. 그는 애플의 구원투수 CEO로 복직했다. 1997년 당시 애플 적자는 10억달러에 달했다. 그는 이내 곧 일체형 컴퓨터인 아이맥을 선보이며 1년여 만에 회사를 4억달러에 가까운 흑자로 전환시킨다. 아이맥은 잡스의 완벽주의적 성향이 빛을 발한 제품이었다.

 ◇2000년대, 영광과 고통이 공존했던 시기=2000년대는 스티브 잡스를 IT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만들었던 시기다. 2001년 그는 아이팟을 발표하고 2003년 유니버설, 소니뮤직 등 주요 음반사와 제휴해 온라인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인 아이튠스를 선보였다. 2007년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아이폰을 내놓고 2010년 스마트패드인 아이패드를 발표했다. 애플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IT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애플발 혁신 폭풍은 거대 IT기업들을 침몰시켰고 IT업계 패러다임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중심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병마와 싸우는 고독한 환자였다. 2003년 발병한 췌장암 일종인 ‘신경내분비암’은 그를 괴롭혔다. 이 병은 10만명당 1명 이하의 발생 빈도를 보이는 희귀병이다. 2004년 수술을 하고 살이 빠져 초췌해진 잡스의 모습은 자주 미디어에 잡혔다.

 결국 그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자신이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곧 죽을 거라는 사실은 나에게 인생에서 커다란 선택을 내리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2009년 간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사망설까지 돌았지만 그는 수술한 지 6개월 만에 아이패드를 들고 깜짝 등장했다.

 하지만 결국 올해 8월, 병이 악화돼 팀 쿡에게 CEO 자리를 물려주고 치료에 전념했다. 두 달 뒤,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10월 5일, 굴곡진 생을 마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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