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골퍼라면 누구라도 바라는 것이 드라이브 샷 거리를 늘리는 것이다. 티샷 거리가 늘어나면 스코어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쭉 뻗어나가는 볼에서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TV에서 신제품 드라이버 광고를 하면서 이 드라이버로 볼을 때리면 예전보다 12야드는 더 날아간다는 주장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주말 골퍼에게 주입시키기만 하면 아마 매출이 서너 배는 증가할 것이다. 나도 이런 주말 골퍼의 부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 년이 멀다하고 새 드라이버를 산다. 그렇다고 드라이브 샷 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계를 바꿔서 방향성이 좋아질 수 있지만 거리가 늘어나기는 어렵다.
결국 드라이브 샷 거리는 골퍼의 근력, 운동신경 그리고 스윙의 기본기에 달려 있는 것이지 드라이버 종류와는 큰 관련이 없다. 그래서 거리를 늘리고 싶다면 기계를 바꿀 것이 아니라 근력 운동과 병행해서 스윙의 기본기를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간다(Back to the Basic)”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다.
내가 드라이브 샷 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홈 코스가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비해 300야드가 늘어난 전장 때문에 드라이브 샷이 짧으면 투 온이 불가능한 홀이 여럿 생겼다. 430야드 파4홀로 라운딩을 시작해서 400야드가 넘는 파4홀이 즐비하다 보니 티샷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나로서는 스코어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나보다 키도 더 작고, 체중도 적게 나가고, 힘도 없어 보이는 최나연 선수가 260야드를 넘나드는 티샷을 때려내는데 나는 겨우 210∼220야드를 때려내는 것이 한심해서라도 티샷 거리를 늘려야겠다는 원념이 생겼다. 드라이버도 광고를 엄청나게 많이 하는 모델로 바꾸고, 근력 운동을 병행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마지막 남은 방법이 스윙의 기본기를 점검하는 것뿐이었다. 실제 필드에서 여러 각도에서 동영상을 찍어 레슨 코치와 같이 스윙을 분석했다. 대체적으로 좋은 스윙이지만 임팩트 구간에서 손목이 늦게 회전하기 때문에 충분한 헤드 스피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이 부분에 집중해서 드라이브 샷 연습을 반복한 결과 2주일 만에 티샷 거리가 15야드 정도 늘어났다. 절대 투 온을 할 수 없었던 네 홀에서 투 온을 노릴 수 있는 거리에 볼을 가져다 놓을 수 있게 됐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라운딩하는 게으른 골퍼가 이제 70대 스코어로의 재진입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빈둥대던 어느 주말, 거실 소파에 누워 예전에 읽었던 골프교습서를 다시 읽다가 지난 두 주일 동안 내가 고민했던 것과 똑같은 내용이 한 챕터로 쓰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샷의 거리는 손이 만들어낸다.”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내 골프 역사에서의 일대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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