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KT가 차지했지만 최선을 다한 여러분 모두가 승리자입니다.”
‘2011 방송통신위원장배 축구대회’ 우승컵은 KT에 돌아갔다. 하지만 대회 공동 주최기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설정선 부회장의 폐회사처럼 이날 승리의 기쁨은 17개 방송·통신사에서 참여한 500여 선수와 응원단 모두가 누렸다.
2002년 정보통신부장관배 축구대회로 시작한 이래 올해 10회째를 맞은 방송통신위원장배 축구대회가 지난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렸다. 방통위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공동 주최하고 전자신문사가 후원했다.
대회에 참가한 17개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월드컵 못지않은 명승부를 펼쳤다. 함께 참가한 동료들과 가족들은 선수들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며 대회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의 축사와 시축으로 시작된 축제의 장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곳은 KT였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KT는 이변을 허용하지 않으며 2008년 대회 이후 4연속 우승이자, 대회 사상 9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A·B그룹에 속한 KT는 예선 1회전부터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보였다. KT는 첫 상대 SBS를 맞아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KT는 SBS 골 망을 연거푸 흔들며 7 대 0 대승을 거뒀다.
지난 해 대회에서 다소 불안정한 전력으로 힘겹게 우승을 차지했던 기억을 지워버리려는 듯 KT의 골 폭풍은 계속됐다.
KT는 이어 열린 한국케이블텔레콤(KCT)과의 8강전에서도 4 대 0으로 완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올랐다. KT는 2경기 11득점을 올리는 무서운 공격력을 과시했다. 수비에서도 무실점으로 탄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후 준결승전에서 CJ오쇼핑을 만난 KT는 첫 실점을 했지만 3 대 1로 손쉽게 이기며 결승전에 안착했다.
운좋게 KT를 피해 C·D그룹에 속한 다른 팀들은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이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은 팀은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결승에서 KT에 패했지만 3 대 4 접전을 펼치며 우승의 문턱까지 갔던 팀이다. SK텔레콤은 그간 9차례의 대회 가운데 2007년 유일하게 KT로부터 우승컵을 빼앗은 주인공이다.
하지만 올해 대회 진짜 다크호스는 SK브로드밴드였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모두 SK브로드밴드에 밀려 KT에 맞설 기회를 잡지 못했다.
LG유플러스는 예선 1회전에서 드림라인을 2 대 0으로 꺾고 산뜻한 출발을 보였지만 8강전에서 복병 SK브로드밴드에 승부차기 끝에 2 대 3으로 패했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와 온세텔레콤을 연이어 누르고 준결승전에서 SK브로드밴드와 만났다. 경기 시작 전만해도 SK텔레콤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한 번 상승세를 탄 SK브로드밴드를 꺾기 쉽지 않았다. SK브로드밴드의 4 대 3(승부차기) 승리.
SK브로드밴드는 예선 1회전 KBS를 2 대 0으로 누른 후 8강, 4강 두 경기 모두 승부차기승을 거뒀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지만 그만큼 행운이 따르고 있다는 표시였다.
오후 4시 10분 킥오프를 알리는 휘슬과 함께 KT와 SK브로드밴드 간의 2011 방송통신위원장배 축구대회 결승전이 시작됐다. 결승전인 만큼 두 팀 동료들 응원은 물론 다른 참가팀 선수들의 환호성까지 더해지며 경기장 열기가 달아올랐다.
한쪽에서는 KT의 대회 4연패이자 9번째 우승을 기원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이변을 일으키며 첫 우승컵을 거머쥐기를 응원했다.
첫 골은 KT에게서 나왔다. 한 차례씩 결정적인 찬스를 주고받은 뒤 KT는 왼쪽 수비 뒤편으로 찔러준 패스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첫 득점을 올렸다.
KT가 1 대 0으로 앞서나가면서 경기는 한층 과열됐다. 전반 종료와 함께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SK브로드밴드 선수들의 항의가 이어지며 잠시 경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그 사이 KT 선수단은 본부석에 SK브로드밴드의 부정선수 여부 확인을 요청하는 등 신경전이 이어졌다.
후반 경기가 재개된 이후 양 팀 간 팽팽한 승부는 이어졌다. 두 팀은 회사의 자존심을 걸고 승리를 위해 사력을 다했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긴장감이 연출되는 가운데 두 번째 골은 다소 맥없이 나왔다. SK브로드밴드는 KT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수비 선수가 쓰러지자 반칙이 선언될 것으로 알고 잠시 멈칫했다. 심판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고 KT는 손쉽게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한발 더 앞서나간 KT는 경기 막판까지 리드를 지켜가며 결국 2 대 0으로 승리했다. KT가 9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김일권 KT팀 감독(KT 중앙통신운영센터 부장)은 “선수들이 합심해 열심히 노력한 덕에 또한번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며 “바쁜 업무 중에 틈을 내 연습하기 힘들었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대이변을 연출할 기회를 잡았지만 아깝게 패하며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SK브로드밴드 선수들은 경기 직후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시상식에서 KT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며 기쁨을 함께 누렸다.
설정선 부회장은 “방송통신위원장배 축구대회는 방송통신 가족들의 만남과 화합의 장”이라며 “방송통신인들의 화합이 우리나라 방송통신 산업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