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년 역사의 카메라 업체인 이스트만 코닥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블룸버그, 뉴욕타임즈 등 보도에 따르면 이스트만 코닥은 최근 기업 구조조정 전문 법률회사인 ‘존스 데이(Jones Day)’와 법률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이스트만 코닥이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 중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이스트만 코닥의 제라르드 K. 뭬흐너 대변인은 “존스 데이와 법률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지만 파산보호 신청을 추진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변화에 직면한 많은 기업들이 외부의 재무 및 법률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옵션”이라며 “존스 데이 역시 많은 외부 자문가 그룹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특허 포트폴리오 자산을 매각해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려는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왜 이스타만 코닥은 이런 위기 상황까지 몰린 것일까? 이스트만 코닥은 131년 전(1880년) 조지 이스트만에 의해 설립됐다. 현재 뉴욕주 로체스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세계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캐시카우였던 필름사업에 오랫동안 집착하다 디지털 시대의 큰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물론 변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토니오 M. 페레즈 현 CEO는 잉크젯 프린터, 기업용 프린터, 지적 재산권(IP) 포트폴리오 사업 강화를 통해 코닥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려 했다. 지난 7월에는 전체 특허 자산의 10%인 1100여개의 디지털 이미지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레즈 CEO는 이런 경영 전략이 성공하면 2012년에 흑자로 반전되고, 지속가능한 디지털 이미지 전문기업으로 변화하는 게 가능할 거라고 예상했다. 지난 2005년 이후 코닥은 한해를 제외한곤 적자 상태였다.
결국 지난주 대출한도액(Credit Line) 등 기업 신용에 문제가 생기면서 투자자들과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주가와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 급기야 무디스는 코닥의 신용등급을 정크 본드로 분류했고, 피치는 CC등급에서 CCC 등급으로 낮춰 페레즈 CEO의 경영정상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2013년 만기가 도래하는 코닥의 회사채가 채권 시장에서 달러당 26센트에 거래되고 있을 만큼 디폴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76센트 수준에 거래되던 것이었다.
경영 위기가 가시화되자 직원들의 동요도 커지고 있다. 안토니오 페레즈 CEO는 최근 전세계 19000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사내 방송에서 파산보호 신청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으나 사태가 진정될 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코닥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입하려고 협상 중인 사업자들 역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구글 등 IT업체들이 코닥의 특허자산 현황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코닥이 경영위기와 파산보호 신청설에도 불구하고 특허 포트포리오 매각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 양도(fraudulent conveyance)’ 행위 아닌가하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코닥은 이 같은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을 부인하고 있다.
코닥은 현재 채무재조정, 자산 매각, 특허 포트폴리오 매각 등 다각도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존스 데이는 물론이고 라자드(Lazard), 커클랜드& 엘리스 LLP 등 업체로부터 법률 및 재무 컨설팅의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보인다. 코닥의 회생 노력이 과연 빛을 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