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대학총장 인터뷰/김기영 광운대 총장(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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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전자공학을 시작한 대학이 바로 광운대학교입니다. 1934년 설립된 조선무전강습소가 광운대 전신이죠. 광운대는 개교 후 80여년간 자연공학에 집중해왔습니다. 지금의 ‘IT광운’이란 이미지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입니다. 단단한 전통에 국제화 경쟁력을 더해 글로벌 IT 명문대학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김기영 광운대 총장은 대학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대학 상당수가 필요 이상으로 규모가 비대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무조건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역량 투자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작은 대학도 얼마든지 글로벌 리딩대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 총장의 지론이다. 2015년 국내 10대 IT 명문대학과 2020년 글로벌 100대 IT명문대학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김 총장을 만나 세부계획과 교육철학을 들어봤다.

 

 -다음 달이면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 동안의 성과를 꼽는다면.

 ▲지난해 전자물리학과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주관하는 선도연구센터 육성사업인 사이언스 리서치센터(SRC:Science Research Center)에 선정됐다. 전자물리학과가 주관이 돼 설립한 플라즈마바이오 과학연구센터는 향후 7년간 100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올해 9월에는 같은 사업의 엔지니어링 리서치센터(ERC:Engineering Research Center)에 선정됐다. SRC는 기초과학, ERC는 공학 쪽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공계 대표 사업을 모두 유치했다. 그동안 이른바 명문 대학만 가져가던 사업을 광운대가 유치한 것은 IT중심의 연구역량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제화 노력도 성과가 있었다. 얼마 전 국제기술협력센터를 설립했다. 개별적으로 일어나는 국제기술협력을 센터로 모으기 위해서다. 광운대가 국제기술협력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광운대 교수들은 독일 바이엘 연구소, 조지아테크 등 외국 우수 기관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향후 국제공동연구센터를 추가로 광운대에 유치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한-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현재 이스라엘과의 국제공동연구소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광운대하면 많은 사람이 IT를 떠올린다. IT 중에서도 광운대가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3D와 로봇 분야다. 3D 영상기술은 지난 2003년부터 광운대가 꾸준히 육성해온 분야다. 대학정보통신연구센터(ITRC)로 지정된 광운대 3DRC를 통해 차세대 3D관련 기술 연구개발을 주도하며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미국 MIT, 영국 케임브리지대, 일본 와세다대 등 세계 17개국 40개 대학과 국제협력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엔 3DRC가 인터내셔널 저널 3D 리서치를 론칭, 창간호를 발간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엔 국내 최초로 3D 전문 개발센터(국가인적자원개발센터)를 개소해 200여개 중소기업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광운대의 3D 역량은 홀로그램 분야로도 이어지고 있다. ERC에 선정된 홀로-디지로그 휴먼미디어 연구센터는 세계 최고의 홀로그램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홀로-디지로그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공간홀로그램을 통해 자유공간에서 서로 융합, 공존하는 진정한 증강현실 기술이다. 2020년까지 홀로-디지로그 휴먼미디어 연구센터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의 대학생 로봇게임단 로빛(Ro:bit)으로 대표되는 로봇 분야도 광운대의 자랑이다. 광운대의 로봇 분야 역량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로빛은 박일우 로봇학부 교수를 필두로 로봇파일럿 20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강의 로봇게임단으로 지금까지 약 100개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지난 2008년에는 세계 로봇올림픽 ‘2008 로보게임스(ROBOGAMES)’에 출전해 6개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 종합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발판 삼아 지난해 로봇학부를 신설했다. 앞으로 로봇 분야의 최고 인재들은 모두 광운대에서 나올 것이다.

 

 -특화된 인재를 키우기 위한 대학의 경쟁이 치열하다. 명품 인재를 키우기 위한 광운대의 전략은.

 ▲IVAC 인재 양성으로 세계적 수준의 학부교육중심 대학을 만들 생각이다. IVAC는 융합적 사고를 뜻하는 Intelligence와 비전적 지도력을 뜻하는 Vision, 세련된 품격의 Attitude, 도전적 실천력의 Challenge를 말한다. IVAC를 바탕으로 광운대만의 특화된 인재를 키우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세부적으로는 △토론식 교수방법 확대 △자긍심 개발교육 강좌 및 일인일기(一人一技) 감성교육 △문학·역사·철학 교육 △외국어수업 확대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학생들의 예술적 자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유명한 화가이자 위대한 과학자다. 예술이 곧 과학이다. 예술과 과학은 분리될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에서 중요한 것이 예술과 기술을 융합이라고 생각한다. 감성적 지성이 창의력의 원동력이고 창의력은 우수한 기술개발로 이어진다. 광운대는 공대 중심 대학이라 예술이 없다. 총장이 된 후 일인일기 제도라고 해서 학생 한 명이 하나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위해 다른 예술대학과 공동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취업이다. 취업률이 대학 선택의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취업률 제고를 위한 광운대의 노력은.

 ▲광운대학교의 평균 취업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하이닉스, KT 등 대기업에 연평균 160명 이상의 학생이 취업하고 있다. 광운대는 졸업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2년부터 공학교육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총장 개인적으로는 기업 인사팀을 1년에 두 번 정도 직접 만나 광운대 졸업생들이 어떤 자질을 가졌는지를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화된 취업 프로그램도 높은 취업률의 비결이다. 광운대는 기업의 요구와 학생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1학년부터 최적화된 진로지도를 하고 있다. 대학 최초로 졸업생 직업이동 경로를 조사한 ‘광운 Job Finder 시스템’을 구축해 대학인재은행 설립의 토대를 마련했다. ‘경력개발과 취업전략’ 과목을 전공과목으로 개설했고, 1학과 1취업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경력개발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린피스 오스트레일리아 등 국내외 인턴십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학은 사람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본인이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대학은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성찰력을 기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자긍심을 갖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생 상당수는 학벌 콤플렉스가 있다. 명문대 못 간 학생들은 평생 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학생들은 자기 발전이 없다. 자기가 최고라는 자긍심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 간판을 믿는 게 아니라 자기를 믿는 훈련이 없다면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없다. 광운대 학생들에게 자긍심을 강조하고 자긍심 개발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이 입시열이다. 입시만을 위한 공부뿐이다. 현재는 사교육이 공교육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려면 학생들의 사고능력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한다. 공교육이 학생들의 창의력 배양에 집중하면 사교육이 못 따라온다. 창의적 사고 위주의 교과과정으로 변해야 하고 입시도 창의력 훈련 정도를 평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미국은 초등학교 교과서가 없다. 우리나라는 교과서가 있으니 암기하려고 한다. 장기적으론 미국처럼 평생교육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국처럼 커뮤니티 칼리지를 통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못 들어가면 큰일날 것 같은 분위기가 돼선 곤란하다. 사람은 빠르고 늦은 사람이 있다. 좋은 대학에 갔다고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이공계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공계 출신 졸업생들이 사회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고시만 우대한다. 머리 좋은 사람이 과학을 해야 하는데 의사나 변호사를 하고 있다. 고시 출신에 비길 정도로 사회적 대우가 좋아져야 우수 인재가 이공계로 눈을 돌릴 것이다. 이공계 학생들이 ‘공돌이’ 취급을 받지 않게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공계 학생들에게도 인문사회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 예술과 인문학적 역량을 기르면 공대 출신들이 ‘공돌이’로 취급받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공대생들을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다. 삼성이 잘되는 것은 공학한 사람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기 때문이다.

 

 <김기영 총장 프로필>

 1937년생인 김기영 총장은 양정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상경대학 상학과와 동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8년부터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온 김 총장은 연세대 대외부총장을 거쳐 1998년 연세대 경영학과 석좌교수에 임명됐다. 연세대 1호 재임 석좌교수가 바로 김 총장이다. 광운대 총장이 아닌 국내를 대표하는 경영학자로 더 유명한 김 총장은 다양한 학술활동을 펼쳤다,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미국 Decision Sciences Institute 최초의 외국인 종신 석학회원과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중 경영학자는 김 총장을 포함해 단 세 명뿐이다. 주요 상훈으로는 연세대학교 우수 연구업적 교수상, 대한민국 황조 근정훈장, 한국경영학회 상남 경영학자상 수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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