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현 레오 아포테커 CEO를 해임하고 맥 휘트먼 전 이베이 CEO를 새 CEO로 임명했다. 아포테커 경질설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실행돼 유례없는 고속 진행이다.
22일(현지시각) 늦은 오후 HP는 맥 휘트먼을 새 CEO로 임명하고 레이 메인 회장을 이그제큐티브 회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각) HP 이사회가 레오 아포테커 CEO를 해임하고 후임자로 맥 휘트먼을 고려하고 있다는 블룸버그 뉴스가 보도된 지 하루 만에 전격 시행되어서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1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 레오 아포테커는 SAP CEO 출신으로,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려는 HP가 찾던 인물이었지만 아포테커 취임 이후 HP 주가는 47%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크게 분노했다”는 말까지 들렸다.
맥 휘트먼은 이베이, P&G 등 일반 소비자 제품 및 서비스 기업에 몸 담았다. 최근 PC 사업부 분사와 태블릿PC 사업 중단 결정에 이어 아포테커 CEO를 해임, 소비자 기업의 CEO 경험이 있는 맥 휘트먼을 후임자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HP 전략이 다시 소비자 중심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HP는 몇 년 전 “IBM 미투(Me too)” 전략이라는 조롱까지 받을 정도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기업용 솔루션과 컨설팅 등 사업을 강화해 왔다.
HP의 매출 25%는 소비자 제품에서 나온다. 하지만 나머지는 기업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신임 CEO로서 맥 휘트먼은 첫 인터뷰에서 자신의 취임이 (아포테커 전임 CEO 시절 발표되었던) HP의 전략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HP는 영국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토노미를 거액에 인수하는 것을 여전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PC사업부 분사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가 21일 레오 아포테커 CEO를 경질할 것이라는 뉴스 보도 후 HP 주가는 6.7% 상승했다. 그러나 업계는 맥 휘트먼에 대해 다소 불안해하고 있다.
벤처 캐피털 업체인 매트릭스 파트너의 공동 경영자인 다나 스톨더는 “소비자 시장에서 30년을 보낸 맥 휘트먼이 과연 엔터프라이즈 테크놀로지 기업의 CEO로 적절한 인물인가에 대해서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맥 휘트먼은 HP 정도의 대기업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다. 이베이 경영자로서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HP의 지난해 매출은 1260억달러다. 이베이의 14배에 이른다.
로버트 W.베어드&코의 애널리스트인 제이슨 놀랜드는 “맥 휘트먼은 엔터프라이즈 경험이 없다”며 “임시적으로 가교 단계의 CEO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녀의 재임 기간에 부정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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