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 현금경매 규제할 근거 있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디아블로3` 국내판에도 게임 아이템 현금경매장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발표해 논란을 빚자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아이템 거래를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현재 아이템 거래 자체를 막는 법률은 없으며,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외부 사이트가 실제로 성행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를 양성화하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법률 자문을 지낸 김성수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게임 외부 사이트 등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형성돼 있는 아이템 현금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이를 막으려면 `등급 거부`를 선택해야 하는데 해당 게임에 사행성을 조장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 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진흥법 22조 2항에 나와 있는 대로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하지 않으면 `등급 거부`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정진의 이병찬 변호사도 "아이템 현금 거래 자체를 불법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고스톱과 포커 등 일부 사행성 게임에서의 현금 거래와 흔히 `오토`로 불리는 자동 실행 프로그램을 이용해 취득한 아이템의 거래만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법원은 `디아블로3`와 같은 거대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속하는 `리니지`의 게임 머니를 현금 거래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MMORPG 게임에서의 아이템은 고스톱이나 포커 등과 달리 우연에 의해 얻어지기보다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얻은 것이기 때문에 사행성 요소를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변호사는 이어 "아이템 거래 사이트가 성행하는데도 대부분의 국내 게임업체는 약관으로 이용자 간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고 있어 오히려 선량한 이용자들이 사기 거래의 피해자가 된다"며 "이를 양성화하면 이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게임업계도 이와 비슷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으며, 만약 게임 아이템 거래가 게임 내부로 흡수되면 게임사의 수익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템 거래가 실제로 외부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현실에서 이를 게임 내부로 가져와 안전성을 높이는 편이 낫다고 본다"며 "업계에서는 게임 아이템으로 엉뚱한 업체가 편법 수익을 얻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고 전했다.

`디아블로3`의 아이템 현금 거래 도입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일단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 심사 결과를 지켜본 뒤, 국내 도입이 확정되면 청소년 유해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