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발 `휴대폰 유통혁신` 자리매김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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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통신사가 내놓은 ‘휴대폰 유통 혁신안’의 중간 성적표가 괜찮다. SK텔레콤이 지난 달 시작한 중고폰 장터 ‘T에코폰’과 시행 석 달째를 맞는 KT의 ‘페어프라이스’ 제도는 기존 유통구조에서 소비자가 감수하던 불편을 해소해가며 점차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22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안전한 중고폰 거래 시장’을 표방하며 시작한 ‘T에코폰’ 누적 거래량이 2000건을 넘어섰다. 국내 한 달 평균 중고폰 거래량인 2만여건의 10%에 이르는 비중이다. 41%(2011년 상반기)에 불과했던 기존 중고폰 시장과는 달리 T에코폰의 거래완료율은 90%를 넘어선다.

 스마트폰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해 고가의 단말기 중고 거래를 위한 안전한 장터가 필요할 것이라는 SK텔레콤의 예측이 정확했다는 평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40명에 이르는 ‘휴대폰 감정사’가 20여 가지의 정밀 검사를 통해 객관적인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며 “스마트폰은 등록 이틀, 피처폰도 4~5일 이내 거래가 완료되는 등 건전한 유통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휴대폰 중고 거래는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한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졌다. 중고폰의 상태를 오로지 판매자의 주관에 의지해 판단해야 했기 때문에 정보력이 부족한 구매자 입장에선 선뜻 이용하기 쉽지 않았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내 낡은 폰이 팔릴까’라는 걱정 없이 제 값에 팔 수 있다.

 일부 소비자와 제조사·유통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KT가 밀어붙인 ‘페어프라이스’도 시행 두 달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내고 있다.

 우선 구매자 부담금이 인하돼는 효과를 냈다. KT에 따르면 전체 대상 모델의 평균 고객부담금도 6월 51만8000에서 8월 44만9000원으로 13%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폭이 12만1000원으로 높았다. 구매가격 차이도 6월 13만6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대폭 줄었다.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유통가의 태도도 많이 변화했다. 지난달 한국갤럽이 KT대리점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페어프라이스제가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58%, ‘고객 신뢰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61%를 차지했다. 서울에서 KT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속된 말로 ‘폰팔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던 고객들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KT는 타 이통사, 제조사의 전향적 동참과 정부 정책 뒷받침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공짜폰’ 마케팅이 어렵게 되면서 문을 닫는 대리점이 생기는 등 역효과도 나온다. 유통가 한 관계자는 “고가 스마트폰은 괜찮지만 중저가 피처폰 고객들은 복합 판매점이나 타사 대리점에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편의를 표방하면서 외려 시장 경쟁으로 인한 가격 인하를 막는다는 일각의 비판도 여전하다.

 

 <표>이통사 휴대폰 유통 혁신안 현황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