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IT정책 설문조사-IT코리아, 강력한 정부 리더십 원한다

 “낙제점 겨우 면했다.”

 “변화가 필요하다.”

 전자신문이 창간 29주년을 맞아 IT 종사자 및 관련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IT정책 조사’에 나온 응답자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국내 IT기업이 해외업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되면서 정부 정책에 더욱 비판적인 응답이 쏟아졌다. 지난 2009년 애플 아이폰 충격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뒤 다시 ‘구글 쇼크’가 불거지자 불신은 더욱 팽배해진 양상이다.

 무엇보다 MB정부 IT정책 파급효과를 묻는 질문에 보통 이상 점수가 단 한 항목도 나오지 않았다. IT업계의 냉소적인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현 정부 IT정책이 산업 활성화와 국가경쟁력 향상에 얼마나 이바지했느냐는 질문에서도 5점 만점에 최고 점수를 받은 항목이 2.89점에 불과했다. 보통인 3점도 넘지 못한 것은 많은 사람이 낙제점인 2점 이하 점수를 줬다는 이야기다.

 정부 IT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은 최근 외부요인에 의한 국내 산업의 위기가 커진 측면도 있지만 정부의 잇따른 정책이 용두사미에 그친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MB정부 집권 초반 대대적으로 추진한 ‘SW뉴딜’이나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 등 사업들이 예산 확보난으로 외화내빈으로 그치면서 불신을 자초했다. 최근 정부가 삼성전자·LG전자 등과 손잡고 국산 운용체계(OS)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고 하자 거센 비판이 인 것도 IT업계 부정적인 민심을 반영했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IT 종사자들은 정부를 불신하면서도 역설적이게도 정부의 강력한 산업육성 리더십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쇼크 이후 톱다운 방식 IT 육성책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는 다소 상반된 결과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의 90.3%가 IT산업 정책을 총괄할 전담부처가 필요하다고 대답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지식경제부·행정안전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IT정책을 총괄하는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IT정책 총괄 전담부처 신설은 현 정부에서 우선 해결해야 할 IT 정책 과제 1순위로 꼽힌 점도 주목된다. IT 전담부처를 해체한 현 정부가 현실적으로 정책을 뒤집기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차기정권이 아닌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기 때문이다.

 애플·구글 등 미국 IT기업이 주도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 정책으로 꼽혔다. 현 정부가 중요한 정책 어젠다로 추진한 IT융합이나 산업간 동반성장 등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일환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번 조사에는 현재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강하게 묻어났다”며 “하지만 정부 정책을 완전히 부정하기보다는 더욱 강화되는 쪽으로 응답하면서 여전히 IT 코리아의 버팀목으로 정부가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