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세 진정될까…1,120원 육박

"추가 상승 가능…1,100원 밑 당분간 힘들어"

외환당국 대응에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이봉석 기자 = 원ㆍ달러 환율이 대외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대외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현실화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급등할 거라는 경고마저 나온다.

이에 따라 이날 구두로 시장에 개입한 외환당국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율, 얼마까지 오르나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8.60원 뛰어오른 1,116.40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3.80원 내린 1,104.00원으로 출발했으나 역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선뒤 무디스의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설이 흘러나오면서 한때 1,119.90원까지 치솟았다.

외환 딜러들은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리스크가 쉽사리 수그러들기 어려운 만큼 환율이 1,130원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A은행 외환 딜러는 "대외변수의 영향이 심해 하루아침에 환율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1,130원까지는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그다음 저항선은 1,150원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 딜러는 "저항선은 1,120원이 될 것"이라며 "역외 매수세가 강해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지 않으면 당분간 1,100원 밑으로 내려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리스가 실제로 디폴트에 빠지면 2008년 금융위기 때 수준인 1,600원까지 오를 거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유럽계 은행들의 국내 증시에서 자금 회수가 한층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노중 연구원은 "지금 같은 불안한 상황이 지속하면 환율이 연말까지 1,200원 선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리스가 디폴트로 가면 금융위기 때처럼 1,60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이날 무디스의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설까지 흘러나오면서 시장의 불안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외환당국 1년5개월만의 구두개입‥"시장상황 주시"

지난 주말부터 유럽발 악재가 국제 금융시장을 흔들자 외환당국의 환율 급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연휴 마지막날인 13일 신제윤 1차관 주재로 국제금융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15일에는 1년 5개월 만에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재정부 은성수 국제금융국장은 15일 원·달러 환율이 1,119원을 넘어서자 "어떠한 방향이든 환율의 지나친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이날 구두개입과 함께 실물로도 개입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정부가 거시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면서 환율의 하락을 용인하다가 8월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크게 줄자 수출 중심의 환율정책 기조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재정부는 13일 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은행의 건전성 지속과 함께 `적정한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등을 중시하겠다고 밝혀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정부는 오랜만에 공식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환율 상승을 1,120원선 아래로 저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재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경제 펀더멘털의 하나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재정부는 "정부는 물가나 수출 같은 특정 정책목표를 염두에 두고 환율을 운용하고 있지 않다"며 "환율은 펀더멘털과 시장수급을 제대로 반영해 움직여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교과서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시장 참가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30원 폭등한 14일 정부가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으나 급등세를 막아낼 정도의 강도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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