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이러니한 동반위 위상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동반성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위원회로 격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주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합의를 원칙으로 활동하는 만큼 동반위는 민간위원회로서 독립성을 가지는 것이 맞다. 단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민간위원회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작업이 막바지다. 30여개 쟁점 품목 중 일부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이견이 첨예한 품목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가 안 된 품목 때문에 당초 16일 동반위 전체회의 이후로 예정했던 선정 품목 발표는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해당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작업인 만큼 일정을 서두르는 것보다 최대한 신중하게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일정을 연기한 이유가 정부 간섭 때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기 적합업종 발표 연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5월 적합업종 신청 접수를 시작할 때는 8월 말이 목표였다. 최근에 이달 16일로 연기했고, 이번에 다시 미뤄질 전망이다. 이유는 지경부 때문이다. 동반위는 부인하고 있지만, 지경부가 동반위 활동에 시시콜콜 간섭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기업 범위 지정 문제다. 적합업종 선정 작업 관계자들은 지난 7월 적합업종 대기업 범위를 공정거래법으로 규정한 것도 지경부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전까지는 중소기업법을 적용하기로 했었다. 기준이 바뀌면서 두부, PC 등 기업 범위가 중요한 핵심 품목은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두부, PC 등은 아직 조정협의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면서 “지경부가 대기업 범위를 변경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동반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자는 의견은 외부(지경부) 간섭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주자는 취지다. 정부 주도를 우려하는 최 장관의 발언과 취지는 같지만, 현상과 결과는 정반대니 아이러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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