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순환출자 지배구조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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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순환출자 지배구조가 바뀐다.

 지배구조 연결고리에 있는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최소 20.6%)을 매각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회사가 계열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금융 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른 조치다.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15년간 이어진 순환출자 지배구조가 바뀌게 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의 그룹 경영권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3세 경영권 승계와 계열 분리 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4일 삼성그룹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위해 외국계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 매각 주간사 선정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내년 4월까지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25.6% 중 최소 20.6%를 매각, 보유 지분을 5% 이하로 낮추기 위해서다.

 현재 삼성이 선택할 수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 방법은 블록딜(대량매매)을 통한 제3자 매각이나 기업공개(IPO), 삼성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 매각, 자사주 매입 등이 거론된다. 아직 구체적인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 1996년 완성된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등 핵심 계열사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가 바뀌게 된다.

 현재는 삼성카드가 25.6% 지분으로 삼성에버랜드를, 삼성에버랜드가 13.34%로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7.21%로 삼성전자를, 삼성전자는 35.3%로 다시 삼성카드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팔면 순환형 지배구조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의 수직적 구조로 바뀌게 된다. 삼성에버랜드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하게 된다.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삼성카드(25.6%), 이재용 사장(25.1%), 이부진 사장·이서현 부사장(각 8.37%)과 계열사, 이건희 회장(3.72%) 등이 보유하고 있다. 삼성카드 보유 지분을 팔아도 이재용 사장 지분과 우호 지분이 절반을 넘어 경영권 행사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금산법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지분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조치와 관련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당장 삼성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향후 삼성에버랜드를 상장하거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3세 경영권 승계와 계열 분리에도 직·간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