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개발해보자.”
올해 초 농협중앙회 e비즈니스부 스마트금융팀에 떨어진 임무다.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빠르게 늘면서 젊은 고객 확보가 시급했다. 팀원들은 머리를 맞댔다. 게임 요소를 넣어 즐거움을 추구하면서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자는 것이 1차적인 컨셉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연계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앱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농협 특성상 다양한 부서와 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농협 50년 역사상 게임 서비스를 만드는 건 처음”이라며 IT본부 분사도 힘을 보탰다. 경상북도 독도수호과도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며 도움을 줬다. 그 결과 탄생한 애플리케이션이 ‘내사랑 독도’. 농협 최초 스마트폰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고객이 직접 독도를 꾸미는 컨셉트로 낚시 게임 결과와 예·적금 실적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한다. 쌓인 포인트는 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고, 사회단체에 기부도 가능하다.
앱을 기획한 방윤식 과장(41)은 “‘내사랑 독도’는 단순한 게임 앱을 넘어 마케팅 플랫폼을 지향한다”며 “고객은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기업은 앱에 입점해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이 현재까지 선보인 앱만 11개에 이른다. 기본 조회·이체 기능을 제공하는 ‘NH스마트뱅킹’을 비롯해 ‘신토불이’ ‘연말정산컨설팅’ ‘NH인포’ 등 성격도 다양하다. 스마트뱅킹 이용고객은 8월 말 기준 141만9000여명에 달한다.
스마트금융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 위원회’도 조직했다. 사업 주무부서와 IT본부 분사, 중앙본부 각 부서가 정기적으로 모여 스마트금융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박형용 차장(39)은 “스마트위원회는 공공성을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 아이디어도 적극 반영한다. 김범수 과장(39)은 “사내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1000건 이상을 수집했고, 이 가운데 사업 가능성이 있는 것만 100건 정도”라고 귀띔했다.
농협은 자체 로드맵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내용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은행과 보폭을 맞추는 한편 고객들 사용 습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하반기에는 ‘내사랑 독도’ ‘NH캠퍼스’ ‘NH매거진’과 같은 앱을 차례로 선보인다. 장애인과 노인, 농업인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큰글모바일뱅킹’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김재형 팀장(49)은 “스마트폰과 패드가 농협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며 “학생에서 노인, 직장인, 농민까지 고객 전체를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전략으로 스마트금융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소성모 농협중앙회 e비즈니스부장
“수익만을 쫓아 특정 고객에게만 도움이 되는 서비스는 지양합니다. 모든 고객에게 필요한 스마트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소성모 농협중앙회 e비즈니스부장(53)은 공공성이 금융기관이 추구해야 할 최고 덕목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익 추구만 우선하다 보면 정작 고객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소 부장은 “은행은 국가 경제와 가계 경제를 지탱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며 “공공성과 공익성, 편의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서비스가 신뢰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은 스마트폰·스마트패드를 중심으로 한 비대면 채널에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 고객층에게도 스마트금융은 새로운 장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소 부장은 “스마트금융은 고객을 직접 대면하지 않지만, 고객에게 반응이 제일 빨리 온다”며 “서비스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제일 높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서비스 안정성에도 더욱 힘을 쏟을 방침이다. 지난 4월에 발생한 해킹 사고는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소 부장은 “국민에게 가장 밀접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금융”이라며 “고객들이 우려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정성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표> 농협중앙회 e비즈니스부 현황
(자료 : 농협중앙회)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