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개방의 핵심은 인터넷이다. 심각한 위법성이 있지 않는 한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올리고 누구나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인터넷 근본정신이다. 가치중립적인 인터넷에 비즈니스가 결합되면 이윤 추구라는 속성 때문에 이해관계가 생긴다. 유선 인터넷 환경에서 불거진 망중립성이 대표적 사례다.
◇폭발하는 인터넷 트래픽=통신사업자가 아무리 네트워크에 투자를 늘려도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 부담을 가중시킨다. 통신 사업자는 트래픽을 지나치게 유발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통신 사업자가 인터넷 혁신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양측의 주장은 모두 타당성을 갖는다. 대립도 팽팽해 이견이 좁아지지 않는다. 정부는 그 사이에서 뾰족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유선 인터넷에 이어 스마트폰이 꽃피운 무선 인터넷 시대에도 같은 논쟁이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미국 시스코시스템즈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15년 예상 무선인터넷 트래픽은 6엑사바이트에 이른다. 2010년 무선인터넷 트래픽이 230페타바이트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5년 만에 26배나 폭증하는 셈이다.
이동통신사들은 네트워크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데이터 통신량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져 투자 여력도 부족하다.
◇트래픽 주범은 불법 웹하드와 일부 헤비 유저=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공동 과제는 폭발하는 트래픽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가에 달려 있다. 상식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트래픽 부담의 장본인이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다르다. 주범은 불법 웹하드 및 P2P 서비스와 이를 중독에 가깝게 즐기는 일부 헤비 유저다.
본지가 서울 마포구에 있는 KT서울중부네트워크서비스센터의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불법 웹하드 및 P2P 서비스가 초고속인터넷 트래픽의 70%를 웃돌았다. 특히 국내 불법 웹하드 및 P2P 서비스의 트래픽은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더욱이 웹하드 업체들은 인터넷데이터센터에 입주해 전용회선 서비스를 이용, 사업을 하면서 발생시킨 트래픽은 전용회선 비용이라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다. 하지만 P2P가 결합된 웹하드 서비스는 개인 사용자끼리 대용량 파일 전송을 유도해 네트워크 트래픽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이는 완벽한 무임승차다. 한 마디로 불법 웹하드 및 P2P 서비스가 인터넷이라는 공공의 도로를 점거하고 헤비 유저가 이를 갈지자로 난폭운전하는 모양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은 이를 두고 “극소수 고객이 어처구니없이 데이터통신을 사용하면 그 피해가 전체 고객에게 미친다”고 표현했다.
◇세계는 부분 종량제 도입이 대세=외국은 이미 트래픽 대란을 감지하고 제도 변경에 나섰다. 열쇠는 무제한 요금제의 보완이다. 누구에게나 적용하던 무제한 요금제이지만 헤비 유저는 예외로 하는 게 뼈대다.
미국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가 지난 7월 7일부터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중단했다. AT&T와 T모바일은 이미 폐지, 미국 4대 이통사 중 스마트폰 고객에게 무제한 데이터를 공급하는 업체는 스프린트넥스텔만 남았다.
버라이즌은 신규 고객에게 사용량에 따라 월 30~80달러의 요금을 내는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브랜다 래니 버라이즌 대변인은 “더 많은 데이터양을 사용하려면 요금을 더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2위 이동통신 업체 KDDI는 오는 10월 1일부터 지나치게 데이터 통신량이 많은 스마트폰 고객의 이용을 제한한다. 대상은 최근 3일 동안 스마트폰 데이터 통신량이 300만패킷(38.4기가바이트)이 넘는 고객이다.
기준을 넘은 고객은 당일 오후 1시부터 24시간 동안 통신 속도를 인위적으로 낮춘다. 다나카 다카시 KDDI 사장은 “스마트폰의 데이터 통신량은 피처폰보다 10∼20배 많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2013년 후반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300만패킷은 3일 동안 매일, 가요 MP3 파일 3000곡을 내려받거나 세 시간짜리 프로야구 중계를 18경기 봐야 하는 용량이다. 사실상 상식 밖으로 용량이 큰 파일을 계속 받든지, 하루 종일 고화질 동영상을 보는 셈이다. KDDI는 기준을 넘는 이용자가 3% 수준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3UK도 ‘부당하고 지나친 사기적 이용은 제한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삽입, 사실상 악성 과다 이용자를 제한했다. T모바일도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시행 중이지만 동영상이나 파일 다운로드는 제한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