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화하는 통신과 방송 분야의 기초 체력은 연구개발(R&D)에서 비롯된다. 꾸준한 R&D로 중장기 레이스에 임할 체력을 갖춘 후에는 실제 성과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정체 현상을 보이는 통신산업 분야에서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1부 R&D를 업그레이드하자’에 이어 ‘2부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자’를 통해 신시장 창출의 중요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지난 5월 말 SK텔레콤은 통신 영역과 플랫폼 영역으로 사업을 분할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부문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한다고 밝혔다.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전통적인 통신서비스에 의지하지 않고 콘텐츠와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 SK텔레콤의 파격적인 행보는 통신 시장이 그만큼 변화와 위기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 사업이었던 음성 통신사업의 수익성이 주춤하는 현 상황에서 과감한 변신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작업이 절실하다.
◇수익구조 급변=세계 통신시장은 기존 음성통화 수익은 감소하고 데이터통화 수익은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오범에 따르면 세계 이동통신사업자의 음성통화 수익은 지난해 6634억달러에서 오는 2015년 6079억달러로 8.4%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에 데이터통화 수익은 같은 기간 2435억달러에서 3929억달러로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과거의 사업방식에 매달려서는 새로운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 통신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의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분기 LG유플러스의 ARPU는 작년 동기 대비 7.6%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한 KT와 SK텔레콤의 ARPU도 1년 전에 비해 각각 5.4%, 3.1%씩 뒷걸음쳤다.
음성통화 수익은 줄고 데이터통화 수익은 늘고 있지만 아직 데이터통화 수익규모가 음성통화비해 작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개발해 기존 음성통화 수익 감소세를 상쇄해야 한다.
◇신서비스 발굴 노력 강화=국내 통신사업자들도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신서비스 발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쇼핑서비스 ‘딩동’을 출시했다. 딩동은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자신의 위치를 기반으로 가맹점을 확인해 포인트를 받는 서비스다.
딩동은 출시 3개월 만에 제휴 가맹점 1만개,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했다. 석 달간 사용자들이 딩동에 접속해 가맹점 위치·전화번호·이벤트 정보를 확인한 건수는 총 1000만건에 이른다. 딩동 사용자가 적립된 포인트로 구매한 상품은 약 8000개에 달한다.
KT가 선보인 ‘올레 캐치캐치’도 가능성을 보여준다. 올레 캐치캐치는 가상현실 속 몬스터를 잡아 포인트와 쿠폰 등을 받는 증강현실 게임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이다.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광고주에게는 새로운 마케팅 수단을 제공한다.
SK텔레콤의 ‘골드인더시티’는 이용자가 방문한 곳을 등록하는 ‘삽질하기’를 하면 ‘혜택(골드)’을 받는 서비스다. 통신사업자와 점주가 일방적으로 이용자에게 공급하는 형태를 넘어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서비스에 참여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무궁무진한 ‘앱 마켓’=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앱 마켓 사업도 활발하다. 애플 ‘앱 스토어’,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의 성공을 옆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국내 사업자들은 지난해부터 앱 마켓 사업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시기상으로 늦은 점이 있지만 미래 신사업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판단 아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 ‘T스토어’는 7월 말 현재 총 가입고객이 900만명에 달한다. SK텔레콤 스마트폰 가입자의 약 90%가 T스토어를 이용한다. 이 가운데 30%는 하루에 한 번 이상 T스토어를 방문한다.
하루 100만건이 넘는 콘텐츠가 거래되는 T스코어는 7월 말 현재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2억7000건에 달한다. 일 거래액은 1억원을 넘는다. 총등록 콘텐츠는 14만5000여개로 2009년 9월 개설 초기에 비해 6배 이상 늘어났다.
T스토어보다 1년가량 뒤늦게 문을 연 KT ‘올레마켓’도 빠른 기간 내에 연착륙에 성공했다. 600만여명이 이용하는 올레마켓은 50만개가 넘는 콘텐츠를 갖췄다.
이들 앱 마켓은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로 해외에도 진출했다. SK텔레콤 T스토어는 중국, 대만 현지 업체를 통해 콘텐츠 중개를 넘어 플랫폼을 수출했다. SK텔레콤은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 독일 진출도 추진 중이다.
KT는 차이나모바일, NTT도코모 등과 손잡고 올레마켓을 현지 사업자 앱 마켓에 입점시켰다. 이는 중국과 일본의 6억5000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한국 개발자의 우수 앱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것을 뜻한다.
안태효 KT 스마트에코본부장은 “모바일 콘텐츠 유통 시장의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레마켓의 앱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며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앱 개발자와 함께 해외진출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