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지역만 넓어진 것이 글로벌 경영은 아니다. ‘분산’과 ‘통합’ 전략을 다시 짜라.’
IBM GBS, 액센츄어, 삼일PWC, 언스트앤영, 삼정KPMG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글로벌 경영에 나선 이후에도 경영 전략이 예전과 같아서는 안된다는 경고 메시지다. 컨설팅 기업들은 신흥 시장과 성장 시장, 표준화가 이뤄져야 할 시장과 특화 전략이 적용될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져야 함은 물론, 구획을 잘 나누고 맞춤형 전략을 잘 짜는 것이 글로벌 경영의 첫 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신흥시장’ 전략 새로 짜고…‘구역’을 재정의하라=IBM GBS는 국내 기업에 신흥 시장에 대한 특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신흥시장 공략은 인도, 남미, 중동 등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의 공통 과제다.
IBM GBS 관계자는 “남미 등 성장 시장은 기존의 선진 시장과 완전히 다르다”고 단언했다. 신흥 시장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판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이다.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에서 사업을 펼쳐야 하는 다국적 기업이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예전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언스트앤영은 이를 두고 ‘다중심적 세계’라 표현했다. 선진 혹은 신흥 시장을 막론하고 막강한 기회가 도사리고 있는 다중심적 생태계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글로벌과 로컬의 재정의 △혁신에 대한 ‘다중심적’ 접근 △정부 및 규제 당국과의 관계 재정립 △다양성과 글로벌 경험을 갖춘 리더십 구축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언스트앤영이 말한 글로벌과 로컬의 재정의란, 세계를 지칭하는 ‘글로벌’과 국가를 일컫는 ‘로컬’의 개념을 다시 합치거나 분류해 시장 요구에 맞춰 재배열하는 것이다. 국가와 국가가 합쳐질수도 있고, 국가 안에서도 다시 구역이 나눠질 수 있다.
혁신에 대한 다중심적 접근이란 연구개발(R&D) 활동의 전략적 거점을 분산 배치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또 정부 및 규제 당국과의 관계 재정립이란 이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확보할 필요가 예전보다 더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역별 특성 파악부터…기업 문화와 통일된 DNA가 사슬역할=액센츄어는 글로벌 경영을 위해 ‘알을 깨는 과정’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액센츄어 관계자는 “기업의 글로벌화 추진 시 어떤 형태로든 혁신이 수반된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각 지역별 고객 특성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파악된 내용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과 효과적으로 조율될 수 있도록 하는 조직과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운영도 다시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소프트웨어 기술, 한국 부품제조 기술 및 중국 저가생산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관점의 탄력적 조직의 운영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적으로 이 모든 것을 뭉치게 해주는 DNA도 필수다. 액센츄어 관계자는 “다원화된 전세계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전사적 운영 시스템(조직 체계, 프로세스, 문화 등)으로 통일성 있는 기업 DNA 및 실행력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삼일PWC는 기업의 글로벌화를 두 가지 과제 즉, ‘시장전략 & 사업운용’ 관점과 ‘경영관리’ 관점에서 나눠보았을 때, 한국 기업들의 색깔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은 사업전략이나 사업운용관점에서 글로벌 최적화를 전제로 해 현지화를 더 중요시하는 반면, 경영 관리 관점에서는 글로벌 표준화 및 통합화가 좀 더 강조되는 추세라는 분석이다.
삼일PWC 관계자는 “인수 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 해외법인 관리체계 수립, 글로벌 단일결산체계 수립, 글로벌 CoA 표준화, 본사 보고체계 및 모니터링방안 수립, 글로벌 시스템 통합 등 중요한 과제가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글로벌 경영 미흡은 현지 문화에 대한 적응력 부족이나 시장 감지력 부족과 같은 시장 전략적인 측면의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 현지법인과 본사 간 문화적 갈등과 효율적 관리방안의 부족 등 글로벌 제어와 관리 측면의 어려움도 크다. 이에 기업의 글로벌화 추진 시 어느 정도 수준으로 현지화 또는 표준화 해야 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표>컨설팅 기업이 제시한 ‘이노베이션 기업 글로벌화 추진 전략’
<자료:각사 종합>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