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생태계 대결’이 스마트폰과 스마트TV를 넘어 가전제품으로까지 확전됐다. 스마트가전 시장 선점을 위해 통신·SW 우군 확보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1’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강화한 스마트가전을 전격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별도 터치스크린을 탑재해 음식물 조리법과 엔터테인먼트 영상물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으로 물품 주문까지 가능한 스마트 냉장고를 선보였다. LG전자는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애플리케이션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빨래 시간을 조정하고 현재 세탁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세탁기를 공개했다. 별도 앱으로 청소를 지시하고 카메라가 장착돼 가정 내부를 살피는 로봇청소기도 출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들 스마트가전 발표와 함께 독자 ‘SW 생태계’ 조성 전략을 공식화했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이 TV에 뛰어든 것처럼 신개념 구글 냉장고, 애플 세탁기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동안 가전 본연의 기능 강화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미래 가전은 통신·콘텐츠 등 소프트파워에서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미 가전에서 OS·생태계 선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LG전자 내부에서 가전과 스마트폰·스마트TV와 연계 강화를 시작했고 다양한 영역에서 필요한 글로벌 우군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지역별로 통신 규격과 생활 패턴이 달라 스마트가전 단일 제품 생산체계로는 모든 시장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며 “가전·통신·콘텐츠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 가능한 기업과 동시다발적 글로벌 제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가전 SW 역량 강화를 선언했다.

 홍창완 삼성전자 부사장은 현지 간담회를 통해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심으로 가전에서도 SW 중요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삼성은 스마트폰과 스마트TV에서 SW와 OS 대응 노하우를 쌓아왔고, 이를 가전에 접목할 경우 경쟁사 대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SW를 통한 가전 부품의 모듈화·공용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SW를 활용한 전자회로 설계로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수를 30%가량 줄였다. 이런 모듈화, 표준화 부품은 생산 비용을 낮추면서 ‘삼성가전’ 진영을 확대할 수단도 될 수 있다.

 올해 IFA에서는 밀레·일렉트로룩스·지멘스 등 유럽 전통의 가전 강자도 대부분 ‘스마트’ 컨셉트를 들고 나왔다. 올초 CES에서 선보였던 삼성과 LG의 아이템과 접근법을 빠르게 따라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가전에서 주도권을 잡아가기 위해서도 소프트 파워 강화와 진영 확대가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이 똑똑해질수록 SW·OS 경쟁력과 우군 생태계 확보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이고 통신사와 협력 부품업체, SW기업까지 참여해 똑똑한 가전산업 발전과 표준화 등을 공동 모색할 ‘스마트가전포럼’이 9월 중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베를린(독일)=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