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가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선진국 경기둔화로 무역 흑자폭이 크게 감소하고 채소류 등의 가격상승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견인했다. 자칫 성장률 둔화와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는 큰 폭의 무역흑자 감소와 물가 급등은 ‘일시적 요인’으로 과도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정책기조는 유지하되 글로벌 경기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실기하지 않고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역흑자 감소는 일시적”=무역흑자 규모가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19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대체로 휴가가 몰려있는 8월을 앞두고 7월에 수출 선적을 앞당겨 하기 때문에 ‘7고8저’ 현상이 있는 것”이라며 “일시적인 하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흑자폭이 크게 줄어든 것에 과도한 의미 부여는 삼가달라는 취지의 설명이다. 9월 무역수지 흑자폭도 정상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선진국 경제의 재침체와 신흥국 경기 둔화 등 대외 불안요인이 잠재하고 있어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무역 1조달러 달성 시기는 목표대로 11월 말에 달성할 것으로 보지만 재정위기 여파에 따라 다소 늦춰질 수 있으며 연내 달성에는 무리가 없다고 지경부는 전했다.
한진현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경제침체가 아직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올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가, 정부 목표치 수정 불가피=정부는 9월부터 물가는 3%대 후반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8월 물가인상을 부채질했던 채소류 등 농산물이 기상여건 개선으로 수급이 정상화되고, 기름값은 당분간 현재의 수준에서 크게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9월에 SK텔레콤, 10월에 KT가 통신요금 기본료를 1000원 인하하는 것도 물가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물가 상승률을 연간 4.0% 이하로 묶는다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은 “최근 실물경제 회복세 둔화와 물가 급등에도 현재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며 “현재 성장이나 물가는 더 많은 노력을 할 때이지 이것을 수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8월 물가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물가 목표치를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물가가 9월부터 급전직하하지 않는 이상 4.0% 물가 목표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외건전성 문제없다”=정부는 불안정한 국제금융시장 상황에서도 외환보유액·외화유동성·외채 등 대외건전성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지나친 우려감을 경계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은 “외환보유액은 7월말 3110억달러로 2009년 말보다 410억달러 늘었으며 8월에도 소폭 증가할 것”이라며 “8월 들어 조달비용이 소폭 상승하는 등 외화조달 시장의 불안요인도 있었으나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며 외화차입 여건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표>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 추이 (전년 동월대비)
1월4.1%
2월4.5%
3월4.7%
4월4.2%
5월4.1%
6월4.4%
7월4.7%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