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11이 개막하기 이틀 전인 31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대거 독일 베를린으로 출동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의 ‘바다’ 개발팀은 어느 때보다 들뜬 분위기다. 모바일 운용체계(OS) 시장에서 글로벌 격전이 벌어지면서 새 바다폰 ‘웨이브3’에 탑재되는 ‘바다 2.0’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센터 한 임원은 “삼성이 소프트웨어가 약하다는 말들이 많은데, SW 역량을 집중한 새로운 바다 OS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4년의 산고 끝에 나왔다=바다 OS 개발은 2006년 2월부터 시작됐다. 스마트폰이나 모바일OS라는 단어조차 아직 익숙치 않았던 때고, 미디어솔루션센터가 설립되기 2년도 더 전이다. 수 많은 SW 엔지니어들이 3년 10개월 동안 땀을 흘렸고, 조직도 갖춰나갔다. 하지만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막강한 경쟁자들의 힘이 워낙 강해, 나오자마자 화려한 데뷔를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바다 OS 개발은 꾸준히 진행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S가 화려하게 주목받고 있을 때도 새로운 바다 OS에 대한 개발은 한 번도 끊김 없이 꾸준히 계속됐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로 ‘대박’을 거두면서도, 자체 플랫폼 보유가 미래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지는 힘을 간과하지 않았다.
◇‘구글-모토로라’ 대항마로 부상=구글과 삼성전자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도 바다 OS의 필요성을 높였다. 두 기업은 겉으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끈끈한 파트너십을 자랑하고 있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구글은 ‘구글 인증’ 이라는 카드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단말기 제조사를 자신의 아래에 두려한다. 구글 인증을 받지 않으면 안드로이드 마켓 탑재 등이 불가능하다. 물론 삼성전자도 구글 인증을 받는다. 하지만 ‘구글에서 제공하는 그대로 OS를 탑재하고 변경할 경우 구글에 코드를 내야한다’는 내용의, 가장 ‘고약한’ 조항인 소프트웨어 ‘단편화방지협약(Anti Fregmentation Agreement)’에는 사인을 거부하고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구글과 삼성전자의 파트너십은 겉으로 보기에도 불안해졌다. 바다 OS는 ‘구글-모토로라 수직 계열화’라는 시한폭탄을 품게 된 안드로이드 동맹 구도에서, 삼성전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든든한 방패가 될 수 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한 임원은 “삼성전자가 가장 부러운 건 품질이나 디자인 경쟁력이 아닌 자체 플랫폼을 가졌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생태계 확보가 관건…‘이제 시작이다’=바다 OS는 제법 그럴듯한 생태계를 갖춰가고 있다. 바다 OS가 탑재된 스마트폰 7종은 60여개국에서 출시돼 800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바다 OS에 기본 탑재되는 삼성앱스의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1억건이 넘었고, 4만개 이상의 전용 앱이 사용 가능하다. 지난 2009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처음 바다 플랫폼을 론칭한 지 거의 2년 만이다. 하지만 iOS나 안드로이드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IFA 2011에서 웨이브3를 통해 단말기에 탑재된 모습을 처음 공개하는 바다 2.0은 이전 버전에 비해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다. 최대 300M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와이파이 다이렉트’와 근거리무선통신(NFC), 음성인식 등이다. 멀티태스킹과 푸시 기능도 대폭 강화됐다.
또 HTML5를 지원하고 플래시 기능을 강화해 웹 사용성을 크게 높였다. WAC 2.0 표준도 지원해, 바다 기반 앱 개발 저변을 크게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에뮬레이터와 퍼포먼스 분석 등 개발자에 유익한 기능도 새로이 담겼다.
IFA 2011을 통해 바다 OS 생태계가 얼마나 확산될 지는 미지수지만 전망이 어둡지는 않다. 웨이브3를 비롯한 새 바다폰 3종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텐밀리언셀러’도 연내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살배기 바다 OS의 승부는 사실상 지금부터 시작이다.
특별취재팀=장지영 차장(팀장), jyajang@etnews.com 배옥진·허정윤·김승규차장(베를린 현지)·황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