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지난주 애플 CEO직을 사임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운용체계(OS) ‘바다 2.0’을 공개하고 독자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잡스의 퇴진과 삼성전자 바다 OS의 신규 버전 발표 시점이 묘하게 겹쳤다.
애플과 구글의 행보는 자체 플랫폼 개발과 생태계 조성이 생존경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방증한다. 이제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을 넘어 셋톱박스와 스마트TV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심지어 구글은 무인 자동차 개발, 우주탐사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새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당면 과제는 스마트TV다. 삼성·LG는 스마트폰 OS 시장 주도권을 넘겨줬지만 스마트TV 만큼은 넘기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TV OS 시장까지 빼앗기면 시장 주도권 확보는 더 이상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인식이다.
삼성·LG와 구글 간 협력 관계에도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구글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새 스마트TV 시장에서는 병행 플랫폼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든든한 우군이면서 동시에 바다 OS 확산을 꿈꾼다.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TV용 OS ‘넷캐스트 2.0’을 스마트폰 OS로 적용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TV로 영역을 확대중인 구글로서는 세계 TV시장 선두기업인 양사가 병행 플랫폼 전략을 택하는 것도 불편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OS 전략은 차세대를 보장받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다. 구글과의 협상에서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카드도 된다. 꾸준히 자체 OS 역량을 갖춰야 급변하는 미래 IT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바다 OS에 공을 들일수록, LG전자가 넷캐스트 2.0을 발전시키고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으로 적용을 확대할수록 생태계에서 경쟁력은 커진다. 이제 안드로이드와 자체 OS를 함께 갖추는 병행 플랫폼 전략은 필수다. 안드로이드와 iOS에 필적하는 국내 기업들의 OS 생태계 조성을 기대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