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269조원으로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 그러나 국민은행에는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마음 편한 상황만은 아니다. 우리, 신한은행이 급성장하고 있고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은행권 자산규모 순위가 언제 뒤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쫓아오는 은행을 따돌리고 글로벌 톱 50위 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IT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은행 IT그룹의 올해 전략은 비즈니스 이익 창출을 위한 IT서비스 지원 및 영업기반 강화입니다.” 국민은행 IT그룹에서 개발본부장을 거쳐 최고정보책임자(CIO) 자리에 올라선 유석흥 부행장의 말이다. 지난 3년 동안 은행 설립 후 최대 규모 IT프로젝트를 진행한 국민은행은 이젠 IT기반으로 본격적인 수익창출에 나선다. 가장 먼저 차세대시스템이 선봉에 선다.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은 기획 초기부터 핵심사상을 ‘고객’으로 정하고 구축됐다.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당시 개발본부장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 부행장은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은 개발 전부터 현업과 IT인력이 모여 고객 경험을 반영하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고 강조한다. 이를 기반으로 현업사용자 요구사항을 반영했다. 즉,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은 IT를 위한 시스템이 아닌 순전히 고객과 사용자를 위한 시스템으로 개발된 셈이다.
차세대시스템은 지난해 2월 가동, 운영된 지 1년 반이 지났다. 차세대시스템은 내부적으로 고객 맞춤상품 및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고객정보 통합으로 고객 관점에서 다양한 분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업점장 전용거래, 연신사후관리 집약, 소호 잠재고객 산출, 수신감소 예상등급 개발, 연체고객 특성 분석 등도 가능해져 영업력도 강화할 수 있었다. 데이터와 시스템통합 표준화로 신규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 요구사항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도 있게 됐다.
국민은행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완료한 이후에도 여전히 대형 IT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약 560억원이 투입된 KB국민카드 IT시스템 분사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대형 메인프레임 기반의 정보시스템을 분리한 작업이다. 1차적으로 지난 3월 분사 시점에 맞춰 카드처리시스템을 가동했다. 지난 6월에는 독립적인 운영을 위한 모든 정보시스템을 가동했다. 유 부행장은 “이제 마지막 사업으로 곧 카드 회사에 맞는 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 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KB국민카드는 국민은행 인터넷뱅킹시스템을 같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했다. 그러나 은행과 카드사업 특성이 달라 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은행 산업환경 변화에 대한 IT대응도 적극 추진한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 근로자퇴직연금법 개정으로 인해 퇴직연금신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퇴직연금신시스템은 가입자 사후관리, 전용 운용상품관리, 퇴직급여시간 기능 등을 갖고 있다. 정부 u트레이드허브 프로젝트 일환으로 전자무역 e네고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는 수출고객이 은행 및 관련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웹 방식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IT기반의 리스크관리 대응도 강화한다. 최근 금융기관뿐 아니라 전체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리스크를 인지할 수 있도록 조기경보 지표와 운영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시장리스크시스템 업그레이드와 신용 포트폴리오 관리시스템도 구축했다. IT기반 녹색금융도 강화한다. 국민은행은 2013년 5월까지 단계적으로 온실가스 및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 유 부행장은 “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관리제에 맞춰 현재 운영 중인 KB탄소배출량관리시스템 수준을 끌어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뱅킹서비스 기반도 마련한다. 올해 말까지 국민은행은 시장에 공급된 모든 모바일 운용체계(OS)에서 구현 가능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한다. 비금융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게임 등 기능을 추가,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 방침이다. 각종 기업과 기관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트랜젝션뱅킹시스템에 대한 고도화도 진행한다.
정보시스템 운영에 대한 비용절감도 유 부행장 고민거리다. 업무시스템이 많아지면서 하드웨어도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응 방안으로 가상화를 통한 서버통합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부터 추진된 서버통합 프로젝트는 올해 말 2단계가 완료된다. 총 DB서버 135대를 36대로 통합했다. 비용절감 효과는 238억원에 이른다. 3단계는 그동안 추진된 사항을 평가, 이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추진될 예정이다. 스토리지 가상화도 시행된다. 현재 732테라바이트(TB)에 대한 가상화를 구현해 32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 이슈가 되고 있는 정보보안도 강화한다. 그러나 모든 부분에 대해 전면적인 보안을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는 사용자와 고객의 편리성 저하, 비용 부담 등이 원인이다. 유 부행장은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전자금융 감독규정 개정안 및 IT보안 규정이 시행되면 이에 맞춰 정보보안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은행의 고민거리인 IT인력 역량 강화 역시 유 부행장의 큰 과제다. 국민은행은 최근 KB데이타시스템을 통해 IT부문을 셰어드서비스센터화 하려는 계획을 전면 백지화 했다. 따라서 자체적인 IT역량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 유 부행장은 “장기적으로 셰어드서비스센터를 수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당장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IT인력이 전문가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IT전문역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IT전문역 제도는 아키텍처 및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수석IT전문역과 분석·설계 및 비즈니스분석 등을 담당하는 IT책임전문역으로 구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약력>
유석흥 국민은행 IT그룹 부행장은 1957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83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차세대IT개발부장, IT개발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 CIO인 IT그룹 부행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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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