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IT 코리아]정보보안도 특허전쟁의 무기…애플 `철통보안`

 ‘스티브 잡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기 전까는 아무도 모른다’

 정보에 빠른 얼리어답터나 기자도 애플 신제품에 대한 정보는 얻기 힘들다. 이 때문에 스티브 잡스가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 센터에서 새 아이폰 모델을 발표할 때 자신이 즐겨 입는 리바이스 청바지에서 꺼내들곤 했던 모습을 이처럼 빗대곤 한다.

 애플의 보안은 경쟁사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작 애플 본사에선 제품의 설계와 기획만 하고 모든 부품과 완제품 생산을 외주로 주고 있지만 좀처럼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는다. 아이폰5가 오는 10월 초로 출시가 전망되지만, 가격 협상과 단말기 망 연동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이동통신사업자조차 애플 신제품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 한 이통사 관계자는 “애플이 정보를 너무 안준다”며 “출시일정과 단말기 사양뿐만 아니라 이통사별 공급 가능한 물량 정보조차 미리 얻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이폰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재미를 본 KT는 애플 전담팀인 ‘애플테스크포스(ATF)’를 종전 10여명 수준에서 30여명까지 확대해 애플에 대한 정보 분석과 대응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같은 철통 보안은 신제품을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신비함을 심어줘, 공개 시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삼성전자·LG전자의 새 단말기 스펙은 비교적 빈번히 노출된다. 국내보다는 해외의 이동통신사업자나 협력업체를 통한 출시 전 유출이 많은 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이번 하반기에 내놓을 전략·보급형 스마트폰 출시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상태다. LG전자도 지난달 하반기 출시 예정인 7종의 스마트폰 신제품이 사양과 함께 사진까지 공개됐다.

 마케팅과 관련한 효과는 제외하고라도, 세밀한 디자인 한 부분에서까지 글로벌 특허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출시 전 정보가 새 나가는 것이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나성곤 연세대학교 변리사는 “상대편에게 전략을 노출하는 것은 특허전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제품의 디자인이나 적용된 기술에 대한 정보가 미리 유출되면 출시도 하기 전에 특허 소송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