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IT코리아] 한국 특허출원 문화가 되레 리스크

 “후진적 특허 출원문화가 특허 리스크를 더욱 키운다.”

 우리나라 변리사들이 최근 빈발하는 특허 분쟁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문제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표 IT기업이 특허 출원에는 의욕을 보이고 있으나 특허 출원 수에 연연해 부실한 특허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허는 양보다 질이 중요한데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웠다는 것이다.

 미국 특허 업무를 전담하는 한 변호사는 “한국 업체들의 왕성한 특허 출원에 외국기업들이 겉으로 부러워하면서도 뒤돌아서서는 별 것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외국기업이 특허 한 건을 출원할 때 많게는 1만달러(약 1090만원)을 지불하는데 비해 한국기업들은 150만원짜리 특허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허 출원 비용이 적으면 그만큼 특허 내용 기입이 부실하고 짧아질 수밖에 없어 정작 소송때는 ‘무효 특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질 좋은 특허 확보를 위해 산업계의 발상 전환과 함께 특허청 차원의 질 좋은 특허 출원 장려 문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변리사는 “특허청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특허 출원 지원 사업을 범 국가 차원에서 기획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특허 소송대리권이 변호사에게만 있는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허 소송이 터지면 전문 지식을 갖춘 변리사가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보조하지만 법정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변호사만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 전문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변리사회 관계자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로스쿨 등에서 특허 관련 전공자가 거의 없어 향후 특허전문가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며 “현재 국회에 변호사와 변리사가 특허소송에 한해 공동대리권을 갖는 법률 제정안이 계류 중이나 변호사들의 반발로 표류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