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이 공동 설립한 A사. 회사는 한국 정부 지원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 이유는 회사를 미국에 세워서다. A사 대표는 “수익이 미국에서 발생하지만 돈은 한국으로 들어 오는 형태”라며 “다른 회사처럼 창업자금 소액도 지원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B사는 우리 정부가 운영하는 해외기관 입주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업력 2년 그리고 매출액 10억원 이상 조건에 걸려서다. B사 대표는 “정부 사업에 신청하면 업력과 매출은 물론이고 직원 학력까지 평가한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초기 본투글로벌 스타트업기업이 정부 지원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 업력이 짧고, 사업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인증서까지 요구한다.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벤처인증제도도 마찬가지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교수는 “현행 제도로는 업력이 7~8년 돼야 벤처가 될 수 있다. 신생 기업이 벤처인증을 받는 것이 어렵고 혜택에서 배제된다”면서 “창업초기기업도 벤처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과감한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을 파격적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창업기업의 시각과 접근이 중요해서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대기업 위주 R&D에서 소액이라도 예산을 배정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청년 R&D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은 “대학생들은 창조력이 뛰어나다. 창조적 세계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학생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로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건전한 기업가정신을 가진 청년사업가에게는 창업자금을 아깝게 생각하지 말고 폭넓게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패자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한 1세대 성공 벤처사업가는 “아무리 글로벌화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미국 비즈니스 패턴을 현지인만큼 알지는 못한다. 모든 것을 갖추기 전에 해외시장 타진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본투글로벌 스타트업 등장이 또 다른 실패사업가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개연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실패를 용납하고 패자가 부활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사업 실패에 대해 사회는 너무 인색했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한 실패자로 낙인이 찍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대보증제도다. 한 미국 벤처투자자는 “사업을 하다가 안 되면 빠르게 정리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배가 가라앉는 것을 알면서도 남아 있어야 한다”라며 연대보증제도를 비판했다. 따라서 연대보증제도를 완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없애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패’는 때론 큰 힘을 발휘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 한국계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실패했으니까 앞으로 다시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정이 아니다.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다음에는 더 깊게 생각해 실패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는 것”이라며 실패 경험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값진 실패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문화, 본투글로벌 시대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김준배·정진욱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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