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토로라 휴대폰 부문 인수는 세계 IT 산업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사건이다. 주요 외신이 바라본 변화의 핵심은 ‘특허’와 ‘인수합병(M&A)’으로 모아진다.
많은 외신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로 특허를 꼽았다. 모토로라가 가진 특허로 갈수록 격화될 스마트폰 특허 전쟁을 치를 성벽을 쌓는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구글이 글로벌 특허 전쟁에서 선두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토로라는 2000개에 가까운 휴대폰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구글은 특허 전쟁을 위한 총알 장전에 성공했으며 이는 향후 소송 남발 억제 효과를 낸다”라며 “하지만 애플 등과 이미 벌어진 소송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역시 구글이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 신문은 “스마트폰 업체의 당면 위협은 애플과의 특허 전쟁”이라며 “삼성전자 등은 구글이 모토로라 특허를 울타리로 애플을 압박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M&A도 핫 이슈다. 블룸버그는 RIM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특허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삼성과 애플이 RIM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RIM은 노텔 특허 인수전 참여로 2033개 특허를 확보했다. 이는 모토로라보다도 많은 수치다. 블룸버그는 애널리스트 말을 인용해 “모든 기업이 댄스파트너를 찾고 있으니 RIM 역시 파트너를 찾는 편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구글이 단시일 내에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에 등을 돌릴 수는 없겠지만 독자 행보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의 독자 행보에 주목했다. 삼성전자보다 모토로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넥서스원을 만든 경험을 모토로라에서 재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구글은 뉴욕타임스 예측을 부인했다.
이번 인수는 특히 중국 휴대폰 업계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급성장한 HTC와 ZTE 등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토로라는 현지 고유 모델로 중국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이번 인수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도박”이라며 “모토로라 경쟁사가 느끼는 배신감은 125억 달러 이상의 피해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삼성전자나 HTC 등 다양한 제조사로 구성돼 있어 향후 이들과 구글 간 협력이 와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 신호탄으로 자체 운용체계(OS)를 가진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용 앱을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