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효용을 따져 최종적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과정이 뇌의 어떤 부위에서 이뤄지는지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정민환 아주대 의학과 교수와 설정훈 박사, 이대열 미국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교수가 참여한 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뇌의 ‘보조운동피질’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특정 행동 선택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교육과학기술부가 17일 밝혔다.
이 논문은 지난 14일 신경과학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갈증을 느끼는 쥐를 좌·우 두 갈래 길이 있는 실험장치에 두고, 양쪽에서 물(보상)이 나올 확률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실험했다.
오른쪽 길 끝에 물이 있을 확률을 70% 이상 수준으로 한 동안 유지하면, 쥐는 출발선에서부터 물을 얻을 확률을 따져 오른쪽 길로 향했다.
이때 쥐의 뇌 여러 부위에서 나오는 신경신호를 분석한 결과, 쥐가 효용을 판단하고 한 쪽 길을 선택하는 행동에 나서기에 앞서 ‘전방 이차운동피질’에서 가장 먼저 신호가 포착됐다.
쥐의 전방 이차운동피질은 사람으로 치면 뇌의 ‘보조운동피질’에 해당하는 부위다. 뇌의 앞쪽 윗부분에 속한 보조운동피질은 일반적으로 운동을 계획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돼 왔으나, 그 기능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던 부위다.
연구진이 쥐의 전방 이차운동피질을 인위적으로 망가뜨린 뒤 다시 실험하자, 쥐는 효용 판단과 관계없이 좌·우 방향을 무작위로 선택해 물을 많이 얻지 못했다.
정민환 교수는 “다양한 선택이 주어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특정 행동을 결정하는 과정을 뇌과학적으로 구명하는 데 이번 연구결과는 중요한 열쇠”라며 “정신분열증, 우울증 등 난치성 정신질환도 결국 효용이나 가치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경우로 추정되는 만큼 이들 질환 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설명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