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열풍이 조만간 전 사회로 확산될 것입니다.”
지난해 2월,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은 전체 임직원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당시는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3GS’가 국내에 출시된지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았었다. 이때까지도 카드 업계는 스마트 솔루션에 적극적인 투자를 머뭇거렸다. 스마트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한창 개발 중이었지만 성공 여부는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철저한 스마트폰 시장 분석을 주문했다. 업계 1위라는 타이틀에 안주하다가는 자칫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사업기획팀은 곧바로 컨설팅에 착수했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 개발하는 부서가 바로 신사업기획팀이다. 이들은 3개월에 걸쳐 스마트폰 시장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 2010년 말까지 국내에 200만~300만대가량의 스마트폰이 보급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앱 개발과 관련 투자도 이 수준에 맞춰 진행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열풍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말까지 약 800만대 스마트폰이 고객 손에 쥐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략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너무 보수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김정수 신사업기획팀 부장(45)이 진화에 나섰다.
“예측한 숫자는 틀렸지만 중요하지 않다. 전략은 만들어졌으니 우리는 묵묵히 갈 길을 가면 된다.”
김 부장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모바일 관련 신규 비즈니스 영역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경쟁력을 지녔다는 판단이었다. 컨설팅 과정에서 고객 생활습관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파악한 점도 무기가 됐다.
송성학 과장(38)은 “신사업기획팀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모바일 쪽에 전체 역량을 집중해보자는 판단으로 모바일에 특화한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지난 2007년부터 2세대(G) 기반 모바일카드 서비스를 진행해왔고, 각종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앞선 기술력을 보유했다. 이미 10만명이 넘는 고객이 신한카드 모바일카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간편결제시스템은 지난달 사용자 7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내놓은 앱 5종 다운로드 수도 130만건에 달한다. 이런 수치는 신한카드가 얼마나 오랜 기간 해당 분야에 집중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충분한 데이터베이스와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신한카드 측 설명이다.
최근 부각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새로운 결제 서비스도 신한카드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NFC 분야에 무리하게 접근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아직은 시장이 미성숙했다는 판단에서다. NFC 탑재 스마트폰이 충분히 보급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사안에 따라 고객 요구가 모바일 분야로 이동하면 그 때는 빠르게 해당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힘든 현금거래 시장을 타깃으로 한 앱 개발에도 힘쓸 생각이다.
이중재 차장(38)은 “상거래가 이뤄지는 모든 곳이 카드사 신사업 분야”라면서도 “새로운 영역에서도 1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김정수 신한카드 신사업기획팀 부장
“모바일카드가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보완재라고 보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무리하게 드라이브를 걸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김정수 신한카드 신사업기획팀 부장(45)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모바일카드 시장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시장 상황은 아직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벌이기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통신사와 카드사의 기술적인 문제라든지, 은행과 카드사간 관계 등도 선결해야할 요소라는 것이 김 부장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진화할지 판단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많다”며 “전략이나 방향성을 잡기가 다소 난감한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스마트폰 열풍이 고객 패턴을 바꿔놓을 것은 확실해보이지만 이에 따른 가맹점 인프라나 고객 요구가 얼마나 빨리 따라올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폰이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확실히 자리 잡는 데도 2~3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장은 “모바일카드도 결국 하나의 도구(tool)”라며 “모바일 커머스 시장 쪽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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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기자 k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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