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본딩 와이어 시장에서 금 대체용 금속 소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종합 반도체 업체들은 제품 신뢰성을 위해 아직 금 본딩 와이어에 의존하고 있지만, 반도체 후공정 패키지 업체들을 중심으로 금 대체 소재 도입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본딩 와이어는 반도체 회로와 외부 전극(리드프레임)을 연결하는 배선재로 지금까지 대부분 금을 사용해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올들어 금을 대체하는 구리·은 소재의 본딩 와이어가 확산되고 있다. 구리는 가장 보편적인 전선 재료지만, 표면산화에 따른 성능 저하와 품질 안전성 등으로 반도체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구리 표면에 팔라듐 피막을 형성해 내부식성과 접착력을 향상시킨 기술이 속속 상용화하면서 최근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최대 본딩 와이어 업체인 엠케이전자(대표 최윤성)는 올들어 팔라듐 코팅 구리 와이어 본딩 출하량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한 달 평균 1만㎞에도 못 미쳤던 팔라듐 코팅 구리 와이어 본딩 출하량은 올들어 세배 가까이 급증한 3만㎞에 육박했다. 전체 출하량 기준으로 구리 본딩이 차지하는 비중도 10% 이상으로 늘어났다.
엠케이전자 관계자는 “대만의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업체들을 중심으로 구리 본딩 와이어의 주문량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특히 대지진의 여파로 지난 4월부터 수주량이 두드러지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팔라듐 코팅 구리 본딩 와이어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업체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국내 업계는 수혜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엠케이전자는 이달 중 경기도 용인의 구리 와이어 본딩 생산 라인의 증설 투자를 완료하고 하반기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세계 선두권 본딩 와이어 업체인 일본 다나카전자공업은 최근 은합금 본딩 와이어 제품인 ‘SEA’를 국내외 시장에 본격 출시했다. 기존 금 본딩 와이어에 비해 가격을 80% 정도로 낮추는 동시에 성능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제품은 팔라듐 코팅 구리 본딩 와이어의 단점인 접합성·안전성 문제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나카는 국내외 발광다이오드(LED) 및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출해 오는 2014년까지 은 본딩 와이어 매출 비중을 전체의 5%로 늘릴 계획이다. 팔라듐 코팅 구리 본딩 와이어도 신제품인 ‘CLR-1A’를 선보이며,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가기로 했다. 본딩 와이어는 세계적으로 월 100만㎞ 이상이 출하되고 있으며, 금 대체용 본딩 와이어 가운데 구리 제품 비중은 현재 전체의 15%에서 오는 2013년이면 40%까지 확대된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