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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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학기술인의 더 큰 역할이 기대되는 세상입니다. 광속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계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시작한 일을 꼭 계속하세요.”

 이혜숙 초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KAI-WISET) 소장(63)의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격려와 기대다.

 센터는 여성과학기술인이 사회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여성과학기술인을 지원하던 기존 4개 사업을 통합해 올해 초 설립됐다.

 이 소장은 “미래 첨단 융합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과학자가 많은데 너무 소수다 보니 사회적으로 부각이 덜 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 현황은 열악하다. 대학 자연계열의 여학생 비율이 40%를 넘고 공학계의 여학생 비율도 20%에 육박하지만, 전체 과학기술인력 경제활동인구의 20% 정도만이 여성이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인력의 정규직 비율은 10% 정도다. 인력 배출에 비해 활용도가 무척 낮은 것이다.

 이 소장은 “과학기술계에서 다양성이 융합연구와 함께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는 것을 감안할 때 여성의 연구개발 분야 진출 확대가 절실하다”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 역할모델을 더 발굴하고 이를 여학생들에게 널리 제시해야 한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 문화적 지원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연구개발비가 대폭 늘었는데도 출연연구소 등에 연구개발인력이 갈 자리가 거의 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그는 “이것이 여성과학기술인에게 더 어려운 환경이며, 청소년들의 이공계 진학을 막는 한 요인”이라고 일갈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센터를 통해 여성과학기술인의 경력 개발과 활용을 늘리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여성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한다. 그러나 올해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예산은 247억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전체 여성과학기술인의 수를 감안하면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는 게 이 소장의 주장이다.

 센터는 다양한 기관과 조직의 연계를 통해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25개 사업단이 지역별로 연계활동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16일부터 20일까지 전국에서 ‘여학생 공학주간’을 연다.

 센터는 앞으로 여성과학기술인이 적재적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전생애주기적인 멘토링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우리 여성과학기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 소장은 “센터에서 여성과학자들과 함께 환경을 조금씩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어서 보람이 크다”면서 “앞으로 여성과학기술인을 특별히 지원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희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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