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하락 여파는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4.5%)는 물론, 자칫하면 4% 달성도 어려울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4%로 묶겠다는 물가상승률 목표도 이미 물건너 갔다는 분석이다.
9일 민간 연구소 등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 등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으로 국내 기업이 수출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국내 소비와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실물경기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실물 지표보다 금융 지표가 더 충격을 받는 양상이지만 장기적으로 실물경제로 이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성장 회복세 지연이 불가피해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4%에 이를지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그동안 일본 지진에 따른 반사이익이 있었는데 하반기에는 그 영향이 사라질 것이다. 올해 성장률을 4.1%로 전망했으나 상황이 악화되고 장기화한다면 안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9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재위에 보고한 긴급현안보고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4%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미국이 강등을 계기로 소비가 크게 위축된다면 우리나라 성장률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수출이 예상외로 호조를 나타내고 있고 인플레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이 나타나고 있어 아직 성장률 저하를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또 우리나라 주 수출지역이 중국 등으로 옮겨가 미국 비중이 낮은 점도 충격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물가는 4% 관리가 불가능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미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올들어 최고치인 4.7%로 치솟자 4%에 대한 회의론이 나온데 이어 미국 신용 하락이 쐐기를 박았다. 지난달 물가급등으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올려 물가 관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사태로 금리인상카드를 내놓기 힘든 상황이다. 금리인상이 급격히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경기위축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초 인상에 무게를 뒀던 전문가들도 동결로 전망을 선회하고 있다.
여기에 잠시 하락세를 보였던 환율까지 급반전해 상승국면에 접어들어 원자재 등 수입 물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잡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재정 지출을 감축하기로 한 미국이 3차 양적완화와 같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경기를 부양하기 어렵다”며 “만약 국내 기업까지 투자를 기피한다면 경기 위축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