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내겐 너무 딱딱한 당신

 우리나라 어른 1명이 연간 312잔을 소비한다는 커피. 지난해 3억11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수입액을 기록한 커피.

 스타벅스 등 외국계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이 3000원을 넘는 반면, 미국산 커피원두 한 잔의 수입원가는 단돈 123원이다. 지난달엔 커피원두 가격이 1파운드당 2.5달러를 돌파, 2010년 1월 대비 85.4%나 뛰었다. 요즘 급등세라는 금(39.3%)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률이다. 요즘 같은 세계 더블딥 우려상황에 커피만한 고부가·신성장 산업도 없다.

 지금은 커피로 대변되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의 차음료 문화는 커피와는 비교도 안될 수준의 예(禮)이자 도(道)였다. 신라·고려시대 이역만리 사라센까지 그 위용을 떨친 도자 산업 역시 이 같은 고품격 차문화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조선시대 억불숭유 정책은 사찰을 중심으로 파생·발전해온 차산업의 몰락을 야기했다. 그 결과 후방시장도 와해됐다. 조선 백자가 고려 청자만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단지 산업 붕괴로만 그치지 않는다. 이후 겪어야 했던 우리 민족의 문화적·사상적 ‘경화(硬化)’는 보이지 않는 손실이다. ‘차 한 잔 할까요.’ 이 말로 시작해 풀어지는 인생사 실타래는 또 얼마나 많은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소프트웨어(SW) 1조원 투자 약속’이 1년여 만에 2000여억원으로 동강났다. 개발시대 하드웨어(HW)적 성장의 대명사인 MB다. 그런 그가 지난해 2월 4일 서울 가락동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을 직접 방문,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성공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와야 한다. 정부도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다수 언론은 MB정권이 드디어 이미지 쇄신 기회를 잡았다며 환영했다. 전자신문 역시 다음날 1·9면을 털어 반겼다. 하지만 이 날 전자신문의 사설 제목(SW강국, 우직한 실천 남았다)은 1년 뒤 지금의 모습을 예견이라도 한 듯싶다.

 풍류와 멋을 아는 우리 안의 ‘소프트 DNA’가 자꾸만 ‘딱딱해’지는 것 같아 안쓰럽다.


 류경동 CIOBIZ팀장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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