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시무시한 집중호우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이번 폭우로 전국적으로 수많은 인명이 안타깝게 희생됐고 많은 지역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 안의 서울’로 불리는 강남, 서초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많은 피해를 입었다. 비록 100년만의 물폭탄이라지만 강남지역이 이번 폭우에 산사태, 하수 역류, 지하철 침수 등의 사례를 겪으며 도시기능이 마비된 것을 두고 언론이나 시민들은 기본적인 방수대책이 부족한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 등에는 ‘강남 빌딩주인의 포스’라는 제목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사진을 보면 이렇다. 건물 주차장에서 건물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우산을 받쳐들고 침수된 도로 위에 떠다니는 차들을 바라보는 사진이다. 완벽에 가깝게 방수공사를 했는지 주차장과 도로의 상황은 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문을 경계로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차장 안쪽으로는 전혀 물 피해가 없는 모습인데 작년에 수해를 입은 후 단단히 방비를 했다고 알려졌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소 잃고 외양간 제대로 고쳤다’ ‘건물주의 선견지명이 대단한 것 같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무쪼록 이번 집중호우와 관련해 더 이상의 비 피해가 없고, 수해지역도 하루 빨리 복구돼 정상화되길 바란다.
비약이 심할 수 있지만 나는 이번 집중호우 피해를 모바일게임 업계에 빗대어 설명하고자 한다. 세계는 스마트폰 열풍으로 글로벌 모바일 콘텐츠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말 그대로 총성과 연기만 없는 글로벌 전쟁이요, 눈뜨고 당할지 모르는 콘텐츠의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90여 개국에서 50만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애플 앱스토어를 위시해 구글 안드로이드마켓 같은 글로벌 오픈 마켓은 당장이라도 세계 모바일 콘텐츠시장을 집어삼킬 듯 위세가 대단하다. 갤럭시S2, 아이폰4 등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성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아이패드2, 신형 갤럭시탭 등 태블릿PC들까지 가세해 모바일 콘텐츠 전장(戰場)에 긴장감을 더한다.
콘텐츠 유통의 혁명이라 불리는 글로벌 오픈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은 개인과 소규모 게임 개발사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국내 모바일게임 업체들도 글로벌 오픈마켓에서 승기를 잡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고, 소정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국내 모바일게임 기업들은 ‘강남 빌딩 주인의 포스’라는 사진 속 건물 관리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모바일게임 콘텐츠의 대홍수 속에서 국내 게임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방법을 철두철미하게 기획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학계 그리고 기업이 모두 합심할 때다. 학계는 모바일게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정부는 우수한 해외 개발 인력을 쉽게 채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완화하고, 모바일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불필요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들도 모바일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를 예의 주시하며, 기술개발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막연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개별 국가의 마켓 특성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도 필요하다.
온라인게임을 통해 우뚝 선 ‘게임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모바일게임에서도 흔들림 없이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 손을 써도 소용이 없음을 비꼬는 우리 속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아니 굳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칠 필요가 있을까, 소도 잃지 않고 외양간 방비를 든든히 해야 할 때다.
박지영 컴투스 대표이사 young@com2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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