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나는 공무원이다

“최근 일부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비리 등으로 공직사회 전반이 비판받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우리 부가 대민접촉이 많아 오해 살 여지도 있고 불가피한 사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 비판받고 오해받지 않도록 주변을 돌봐야 합니다.”

 지난달 14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 가진 직원 정례조회에서 저축은행 불법대출사건·국토해양부 제주 연찬회 향흥 파문을 보고 혹시나 하는 심정에 모든 직원에게 당부한 말이다.

 최 장관의 노파심은 안타깝게도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 총리실 공직복무관리실 감찰에서 지경부 직원 12명이 산하기관으로부터 수차례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모두 보직 해임됐다.

 지경부는 침울한 분위기다. 연초부터 대중소 동반성장 문화를 대기업에 조성토록 강력하게 드라이브하던 차에 이번 룸살롱 접대 파문에 얽혀 해당 산하기관과 ‘동반 하락’, 체면이 말이 아니다. 공무원 비리의 전형사례로 언급되면서 지경부 전체가 비리 부처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했다. 지경부 공무원 입장에선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두 달전 국토해양부 공무원 15명이 4대강 사업 관련업체로부터 받은 유흥주점 접대 비리에 비춰보면 지경부의 인사 조치 수위는 높다. 파문의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유사한 공직 비리가 또 다시 터진 탓에 공직 기강 해이 처벌의 본보기로 삼을 모양새다.

 지경부 공무원 기강해이를 간과하자는 건 아니다. 공무원들의 꼬리를 문 기강문란 행위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공직사회에 쏟아지는 모럴헤저드 여론 속에서 흥분을 잠시 가라 앉히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이 더 많이 보인다.

 지난주엔 용인시 차선우 집배원이 폭우 속에서도 우편물을 배달하다 급류에 휩쓸려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09년 1월엔 고 안철식 2차관이 수출 대책 논의를 위한 연이은 업무 강행군으로 과로사해 안타까움을 안겨줬다. 지경부 3만2175명뿐 아니라 공직사회 전체를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어찌보면 이번 지경부 공무원 향응 파문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가족들이다. 그 가족들이 주변에서 받는 정신적 고통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비리 공무원 가족이란 꼬리표는 평생 상처로 남기에 벌써부터 징계를 받게 될 지경부 12명 공무원의 가족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이다. 대다수 공무원은 사익과 공익의 충돌 속에서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윤리 확립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비리 공무원의 행위에만 초점을 둔 채 주홍글씨를 여기저기 붙여 전체 사기를 꺾는 여론몰이는 지양해야 한다. 공무원 비리와 그 가족의 불행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가 다 함께 시스템을 갖추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안수민 산업전자팀 부장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