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인류에게 어떤 콘텐츠보다 많은 지식과 감동을 전달했다. 상상력의 원천이며 사색의 친구다.
새로 나온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는 책을 추천하는 책이다. 인권법학자 박찬운 교수가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하는 명저를 소개한다.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이 시대에 읽어야 할 명저 강의’ 연재물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16개 강의로 이뤄져 있지만 추천 도서는 16권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인류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는 버트란드 러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무라는 노엄 촘스키, ‘시민 불복종’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16명의 지성인들이 남긴 저서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전반적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지성인의 사상과 저서는 사회 비판적이다. 그 이유를 저자의 추천도서 선정 이유에서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으로서 책을 골랐다고 밝혔다.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독자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영향을 주는 스승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당연히 상당수 추천도서는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과 인류를 이해하는 넓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저자는 당대 최고 지성인들의 저서와 사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세상을 말할 수 있는 힘을 키우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를 저자는 존 롤스의 ‘정의론’에서 찾는다. 롤스는 정의론에서 “정의가 특별히 주목받는 상황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불공정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시각도 매섭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빌려 저자는 자기 조정과 자유로운 경쟁에 의한 시장자본주의는 하나의 유토피아에 불과하다고 역설한다. 시장자본주의가 말하는 자기조절로는 절대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단언한다.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에서는 자살공화국 오명을 받는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짚는다.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으로는 구제역 살처분의 잔인함을 꾸짖는다. 프리초프 카프라의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을 추천하며 4대 강 사업의 만용도 밝혀낸다.
저자 박찬운 교수의 전문 분야는 인권법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국제인권 활동을 했고,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인권위원회 부위원장과 국제이사 등으로 일했다. 20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 2006년부터 모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바야흐로 인터넷 전성시대다. PC와 스마트폰에선 클릭 몇 번으로 영화와 음악, 게임 등 수많은 콘텐츠를 만난다. 스피드와 편리성이 미덕인 사회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이 책을 읽어보자. 책 속에서 소개된 명저들까지 독서가 이어지면 금상첨화다.
박찬운 지음. 한울 펴냄. 1만7000원.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