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이면 빗소리와 비슷한 지글지글 소리 때문인지 어김없이 생각나는 음식이 바로 빈대떡이다.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쏟아지는 요즘에는 빈대떡을 핑계 삼아 막걸리를 걸칠 수도 있으니 인기만점이 아닐 수 없다.
빈대떡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데, ‘덕혜옹주도 빈대떡을 좋아했다’는 기록과 귀한 손님(賓客)을 접대한 떡이라는 뜻에서 빈대(賓待)떡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는 것으로 보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즐겨먹던 음식임은 틀림없다.
빈대떡과 비슷한 음식으로 전과 부침개가 있는데 기름에 지진 음식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으나, 미묘한 차이로 달라지는 게 우리 음식이다.
‘전’(煎)이란 달인다, 조린다, 지진다의 뜻을 가진 한자로서 고기, 생선, 채소 등의 재료를 다지거나 얇게 저며서 밀가루와 달걀로 옷을 입힌 후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양면을 지져내는 음식이다. 즉, 전은 고기나 생선 등을 주 재료로 밀가루 옷을 입혀 부쳐낸 음식이고, 부침개는 주재료인 밀가루 반죽에 여러 재료를 섞어 반죽해낸 음식이다.
빈대떡, 전, 부침개 모두 편안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먹기에 안성맞춤인 음식인 만큼 가뿐한 걸음으로 가까운 맛집을 찾아가보자.
순희네 빈대떡(서울 종로구 종로5가, 02-2268-3344)은 맷돌로 직접 녹두를 갈아 사용하며, 숙성시킨 김치를 넣어 뜨거운 철판에서 지글지글 구워내는 녹두빈대떡이 대표메뉴다. 간장과 고추를 넣고 절인 양파를 곁들이면 뒷맛이 깔끔하다.
열차집(서울시 종로구 공평동, 02-734-2849)은 빈대떡과 굴전, 파전을 전문으로 하는 피맛골의 대표 빈대떡집이다. 어리굴젓이 함께 나오는데 빈대떡에 올려 먹으면 간이 딱 맞다. 빈대떡은 돼지기름으로, 전은 식용유로 부쳐낸다. 막걸리가 술술 들어가는 맛이라는 평.
25년 역사의 원조 마포 할머니 빈대떡(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02-715-3775)에선 전 뿐만 아니라 각종 튀김도 즐길 수 있다. 고추튀김, 김밥튀김, 오징어튀김 등이 있으며 모둠전과 튀김을 섞어주는 종합 세트가 인기다.
대광(광주시 동구 불로동, 062-223-3598)은 육전요리의 원조 격. 육전을 주문하면 한입크기로 앏게 뜬 한우 아롱사태가 한 접시 나오고, 옆에서 직접 쌀가루와 계란을 묻혀 구워준다. 노릇한 육전을 파절임과 함께 쌈채에 싸 먹으면 남도요리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삼미집(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043-259-9496)은 할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두꺼운 해물 파전이 유명하다. 너무 두꺼워 속이 미처 익기 전에 겉만 바삭해지는데, 노릇노릇한 껍데기를 벗겨먹고 불판에서 속을 직접 익혀먹는 재미가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