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금융 현장을 찾아서]<5> 하나SK카드 정보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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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USIM) 칩 좀 바꾸러 왔는데요.”

 서울 다동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영업을 시작할 때마다 꼭 찾아와 매번 USIM 칩 교체를 요구하는 손님이 있다. 점원의 싫은 내색도 아랑곳없이 많을 땐 하루 서너 번씩 들러 USIM 칩을 바꿔가기도 했다. 그는 근처 편의점에서도 불청객으로 통했다. 휴대폰으로 상품을 결제하고는 취소하기를 몇 번씩 반복하곤 했다. 보다 못한 점원은 “그만하시라”며 화를 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손님은 “개발 때문에 그러니 한 번만 이해해 달라”며 배시시 웃곤 했다. 지난해 7월 하나SK카드 사옥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광경이다.

 의도하지 않게 주변 상인들에게 ‘요주의 인물’로 찍힌 사람은 하나SK카드 정보기획팀 이재우 대리(37)다. 당시 하나SK카드는 모바일 카드 출시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하나은행과 SK텔레콤이 공동출자해 하나SK카드를 설립할 때부터 예고된 일이다. 플라스틱 카드 중심인 기존 카드 시장에 파장을 일으켜 점유율을 반등시키려면 모바일 카드를 빨리 선보여 치고 나가야만 했다. 어렵사리 개발을 마쳤지만 문제는 안정화였다. 어떤 USIM 칩을 쓰더라도 결제가 이뤄질 수 있어야 했다. 때문에 사옥 근처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상용칩을 구입해 편의점에서 결제하고 취소하는 과정을 반복했던 것이다. 이 대리는 “그때 구입한 USIM 칩만 수백개가 넘는다”며 “아무리 극한 상황이 와도 처음 상용화를 시작하던 당시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웃었다.

 하나SK카드 정보기획팀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데 익숙하다. 뻔뻔함과 ‘헝그리 정신’도 그들이 갖춘 덕목 가운데 하나다. 스마트폰용 카드 애플리케이션(앱) 제작 당시에도 이들 능력은 한껏 발휘됐다. 그때는 다른 카드사가 이미 앱을 선보이거나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프로세스로는 타사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판단한 팀원들은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프로토타입’ 방식을 택했다. 메뉴별로 개발한 내용을 적용하고 수정하는 일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앱에서 모바일 카드를 직접 신청하고 발급받는 기능, 지갑 형태로 실제 보유한 카드와 모바일 카드를 보여주는 기능 등은 새롭게 채택한 아이디어다. 박상준 과장(37)은 “마치 90년대 초반처럼 무식한 접근방식이었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다양한 노하우가 쌓이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아이디어가 샘솟으면서 앱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노력은 바로 성과로 나타났다. 앱은 출시 2개월 만에 10만명이 내려 받았고, 월 30만명이 접속하는 중요한 서비스 채널로 거듭났다. 성공 사례는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GSMA 모바일 서밋’에 소개되기도 했다. 후발 카드사로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진입 장벽도 모바일 카드 시대 도래로 점차 달라질 것이라는 게 이들 생각이다.

 하나SK카드는 올 하반기에도 새로운 앱과 서비스를 차례로 선보인다. 지난 1일 선보인 ‘터치 스탬프 앱’은 고객과 단골 가맹점을 연결해준다. 기존 종이 쿠폰이나 플라스틱 적립 카드를 대체하는 서비스인 셈이다.

 4분기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한 앱도 출시한다. NFC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플라스틱 카드 RFID에 탑재된 정보를 읽어 각종 결제가 가능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박 과장은 “지금까지는 재미를 전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실질적으로 매출과 연결되는 앱과 서비스를 내놓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다른 카드사와 기술 격차를 6개월 이상 벌려 모바일 카드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자신했다.


 

<미니인터뷰> 송준영 하나SK카드 정보기획팀장

 “누구나 플라스틱 카드에서 모바일 카드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관건은 시기입니다. 고지를 점령하지 못하면 다른 업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습니다.”

 송준영 하나SK카드 정보기획팀장(48)은 다른 카드사와 격차를 벌이기 위해 “더욱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후발주자로서 많은 장벽에 부딪혔지만 모바일 카드 시대에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 상황을 역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송 팀장은 현 직장으로 옮기기 전 SK텔레콤 정보기술원에서 근무했다. 카드 시장 법칙은 잘 몰랐지만 정보기술(IT) 만큼은 자신 있다는 각오로 1년여를 보냈다. 그 과정에서 내놓은 것이 ‘터치’ 등 각종 모바일 카드 서비스다. 사내에서 회의실 예약, 사무실 출입, 사원증 대체 등을 구현하는 스마트 오피스 구축도 정보기획팀 작품이다. 모바일팀과 협업을 통해 각종 서비스 완성도를 높였다.

 송 팀장은 “새로움을 향한 시도는 두려움이나 어려움만을 주지 않는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자부심과 창의를 통해 만족감을 준다”며 “하반기에도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표> 하나SK카드 정보기획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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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다동 하나SK카드 정보기획 팀원들이 스마트결재를 시연해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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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규기자 k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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