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금융 현장을 찾아서] <4> 신한은행 멀티채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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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모바일 뱅킹팀 직원들이 새로운 앱 개발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은행이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사용자를 잠재적인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지난 3월 신한은행 멀티채널부에 어려운 미션이 주어졌다. 기존과는 다른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하라는 것. 시중은행은 스마트폰 거래(뱅킹) 앱 출시 경쟁으로 이미 한 차례 전쟁을 치른 뒤였다. 그러나 국내 스마트폰 보급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전화에서 인터넷으로 넘어온 고객들의 사용패턴이 언제 모바일로 향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위기는 곧 기회. 모바일 채널에서 주도권을 잡는다면 은행 전체 순위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앱 개발 미션이 떨어지자 매일 아침 IT부서와 공동 회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아이템 선정이 쉽지 않았다. 재미를 찾다보면 은행과 연관성이 떨어졌다. 공익에도 부합해야만 했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책상 위를 오르락내리락했지만 마땅한 해답은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문회 명부가 꽂힌 수첩이 한 직원의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는 각종 연락처가 빼곡했다. 그 직원이 조심스레 의견을 내놨다.

 “동문회 명부를 앱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일일이 찾아 연락하기도 쉽고.”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다양한 아이디어가 줄을 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처럼 대화도 나눌 수 있게 하지요.”

 “사진 등록 기능도 넣으면 그 사람이 누군지 헷갈릴 필요도 없겠네요.”

 “회비 납부 기능이 있으면 훨씬 편리할 것 같은데요. 신한은행 계좌만 있다면 바로 이체할 수 있도록.”

 뼈대뿐이던 의견은 직원들이 살을 붙이며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타부서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각종 친목모임 관리를 위한 앱’으로 거듭났다.

 그렇게 태어난 앱이 바로 ‘김총무’다. 친목을 위한 앱은 많지만, 금융 기능을 결합한 건 처음인 셈이다. 이름은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정준하의 별명인 ‘정총무’에서 따왔다. 윤상열 대리(33)는 “철저한 금전관리가 주특기인 그의 이미지와 앱 기능이 묘하게 어울린다고 판단해 ‘김총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멀티채널부가 앱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인터넷뱅킹·텔레뱅킹 등 신한은행의 비대면 채널 전반을 관할한다. 신한은행은 거래 건수의 약 92%가 이미 비대면 채널을 통해 이뤄진다. 그럼에도 멀티채널부가 유독 스마트폰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 경쟁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물론 은행은 카드사만큼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고민이다. 안효민 차장(39)은 “컨버전스가 큰 흐름으로 떠오르면서 카드사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대안이 있는 반면에 은행은 선택의 폭이 좁다”고 토로했다.

 신한은행은 스마트폰 앱을 마케팅 수단이자 고객 유입 경로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김총무’도 그 일환이다. 하반기에도 3~4종의 재미와 편의를 갖춘 혁신적인 앱을 연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임수한 부부장(43)은 “인터넷이나 텔레뱅킹이 주는 편리함이 주거래은행 순위를 바꿀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충분히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며 “스마트폰에 뱅킹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 신한은행이 스마트금융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 신한은행 멀티채널부 현황

  <인터뷰> 김승동 신한은행 멀티채널본부 상무

 “지금까지 비대면 채널은 거래 위주의 보조 수단에 머물렀습니다. 앞으로는 은행 업무 전반을 수행하는 핵심 채널로 거듭날 것입니다.”

 김승동 신한은행 멀티채널본부 상무(53)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기반 모바일 뱅킹이 비대면 채널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상무는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등은 획일적인 서비스 제공에 머물렀다”며 “스마트폰·패드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다양한 고객 요구에 부응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모든 고객을 단번에 모바일 뱅킹으로 유인할 수는 없을 터. 우선 신한은행은 고객이 친숙하게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흥미와 편의를 동시에 제공하는 다양한 앱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앱에 마케팅 요소를 최대한 가미하자는 것이 김 상무의 생각이다. 그는 올해 초 멀티채널본부로 오기 전까지 신한은행의 마케팅 전반을 담당해왔다. 감성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입장 또한 마케팅 부서에서 다져진 감각이다.

 김 상무는 직원들에게 현장을 자주 찾도록 주문하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반드시 1주일에 두 번은 나가 고객과 직원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또 다양한 계층의 고객 목소리를 반영하려 노력합니다. 그곳에 우리의 미래가 있으니까요.”

 그는 “조만간 고객이 모든 것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스마트 금융시대를 선점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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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규기자 k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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