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사와무라 사토시 로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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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옴의 CEO, 사와무라 사토시 사장이 방한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고객 방문을 위해서다. 다른 기업이라면 의례적일 법한 이 일이 로옴에는 큰 뉴스가 된다. 사와무라 사장 이전 CEO였던 사토 겐이치로 창업자(현 명예회장)는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나타낸 적이 없었다. 지난 50여년간 고객 방문을 위한 CEO의 해외 순방은 거의 없었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새롭다. 새로운 CEO, 그리고 새로운 행보에서 로옴의 변화가 느껴진다.

 1958년 저항기 회사로 출발해 일본 최고 부품회사로 성장한 로옴. ‘교토식 경영’의 대명사로 불린 이 회사가 창업 50년을 넘어 ‘넥스트 50’을 바라보며 뛰고 있다. ‘뛴다’라는 표현은 로옴의 변화를 일컫기에 적합한 표현이다. 그 지향점은 글로벌 시장이다.

 로옴은 품질 제일주의로 유명하다. 밖에서는 교토식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교토의 전자회사 성공비결을 분석하기도 했다. 차별화된 기술과 품질로 고수익·고성장 모델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52년 로옴의 근간이 된 ‘품질 제일주의’ 정신을 유지하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게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가 로옴에게 주어진 숙제다.

 사와무라 사장은 ‘넥스트 50’을 위한 첫 걸음으로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시너지 전략 △파워디바이스 △LED 관련 제품 △센싱 솔루션 등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로옴의 중기 목표다. 또, 시스템반도체를 잇는 미래 성장동력으로는 실리콘카바이드(SIC)를 주목했다.

 사와무라 사토시 사장에게 ‘넥스트50’을 향한 로옴의 전략을 들어봤다. 27일 이른 아침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그는 약속된 시간보다 10여분 일찍 모습을 드러내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사와무라 사장과의 일문일답.

 

 -‘넥스트 50’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실천 전략은 무엇입니까.

 ▲우선은 50여년 동안 쌓아온 로옴의 강점을 다음 50년에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로옴이 추구해 온 QCDS(품질, 가격, 납기, 서비스)를 고객 관점에서 심화하고, 개발과 제조를 비롯한 전 부문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활동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또, 다음 50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데, 앞으로 5년은 그 첫 번째 스텝에 해당합니다. 5년 동안 4대 성장엔진을 강화해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익률을 20%대까지 올릴 계획입니다.

 그 중 첫 째인 시너지 전략을 위해 최근 인수합병(M&A)을 활발하게 진행했습니다. 로옴은 아날로그반도체에 강하기 때문에 디지털반도체를 보완하기 위해 오키세미컨덕터를 인수했으며, 이어 MEMS 가속도 센서 개발 회사인 카이오닉스, 실리콘카바이드(SiC) 제조업체인 사이크리스탈 등을 잇달아 인수했습니다. 로옴에 없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도 M&A는 계속해 갈 것입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는 SiC에 주목하고 최근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파워디바이스에 사용되는 것으로,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자동차 등 분야에서 수요가 높습니다. SiC에서도 실리콘제조부터 반도체 최종 완제품까지 수직화 함으로써 QCDS를 맞추는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넥스트 50의 또 다른 테마인 글로벌 전략은 어떻게 실천하실 계획입니까.

 ▲로옴 매출의 70%가 일본 고객을 통해 발생합니다. 해외 고객 매출을 빠른 시간 내에 40% 이상으로 끌어 올릴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50%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고객 수요에 맞추는 것이 해외 매출을 올리는 지름길입니다. 제품 구성부터 개발, 영업, 기술 서포트까지 모두 고객 수요에 맞출 것입니다. 고객의 요구를 곧바로 반영할 수 있도록 각 나라마다 설립한 디자인 센터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겠습니다. 또, 디자인센터장은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한국에 있는 디자인센터도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일본의 설계인력도 파견해 강화하겠습니다.

 -CEO가 된 이후에도 현장경영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로옴에 입사해 35년간 영업 담당이었습니다. 고객을 만나 고객 요구를 듣는 것이 그동안 나의 업무였고, 대표가 된 후인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각 나라의 지사를 방문해 현황을 듣고 현장에서의 느낌을 경영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적극적인 외부 활동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직접 듣는 한편, 사내에서는 젊은 사원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바텀업(Bottom-up, 하의상달)을 실천하는 경영을 펴나가고자 합니다. 창업 50년을 넘어선 지금, 새로운 50년의 성장을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 체험에서 벗어나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조직의 벽을 넘어선 팀워크를 통해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고, 젊은 인재를 비롯한 전 사원이 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정착 시킬 것입니다. 앞으로도 매년 고객과 지사를 방문해 소통할 것입니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로옴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또 다른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계십니까.

 ▲오키 세미컨덕터 미야기와 로옴 츠쿠바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다행히 내륙이어서 쓰나미 피해는 없었지만 지진에 의한 영향은 받았습니다. 전기와 공업용수를 쓸 수 없어 조업이 중단됐고 로옴 츠쿠바는 3월 31일, 오키 미야기는 4월 15일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전기가 들어온 후 바로 회복이 가능했던 것은 이전부터 사업연속성계획(BCP)에 맞춰 체제를 구축해 왔기 때문입니다. 2009년 위험관리위원회를 통해 대지진과 같이 회사의 운영 재산에 큰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위험을 가상하고 관리 체제를 강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문제로 조업중단 사태에 이르면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전기와 공업용수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우선 전 공장에 발전기를 설치하고 앞으로 공업용수를 위해 지하수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또한, 협력회사의 피해에 따른 2차 여파를 우려해 핵심 자재 공급 회사와 국가를 다변화해가고 있습니다.

 -사와무라 사장은 로옴에 사원으로 입사해 사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조와 좌우명은 무엇입니까.

 ▲‘목전의 목표를 하나씩 확실하게 달성한다’는 것을 신조로 삼아왔습니다. 눈앞의 과제를 확실히 실행해 나가는 것이 장래의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1000개의 계단은 먼저 첫 계단부터 시작합니다. 등산에서도 한발 한발 착실하게 걸음을 계속 이어 감으로써, 비로소 정상에 오른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이지요.

 동료로부터 인정받을 것을 항상 생각해 왔습니다. 동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얻고, 주위의 신뢰를 얻어 그것을 넓혀 나감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좌우명은 ‘허심탄회’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타인의 말을 들으려 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마음 자세를 가짐으로써, 많은 종업원과 관계자들의 훌륭한 지혜를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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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규 dkseo@etnews.com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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